EPIC (5) 성도 절반의 '교회 쇼핑'…여러 교회 넘나든다
페이지 정보
기사 작성일2025-08-08관련링크
본문
[기사요약] 미국 성도 절반(46%)이 모교회 외 다른 교회에도 참여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러 교회에 소속감을 느끼는 교인은 헌신도가 낮았지만, 대부분은 모교회에 충실하면서 영적 성장을 위해 다른 교회를 추가로 찾는 '영적 순례'의 모습을 보여 교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
▲ 우리 교회, 그리고 ‘다른 교회’를 찾는 성도들 (AI 생성사진)
‘한 사람이 한 교회에만 속한다’는 전통적인 인식이 흔들리고 있다. ‘신앙 공동체 오늘’(Faith Communities Today)과 하트퍼드 국제대학 종교연구소가 2만 4천 명 이상의 미국 교회 출석 교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염병 대유행이 신앙 공동체에 미친 영향'(EPIC) 조사는 그것을 잘 말해준다.
미국 교회 성도 중 거의 절반(46%)이 자신이 출석하는 '모교회' 외에 다른 교회 예배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온라인 예배의 보편화가 이러한 '교회 쇼핑' 혹은 '영적 순례' 현상을 가속화한 것으로 보이지만, 단순히 온라인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었다. 다른 교회에 참여하는 이들 중 상당수(36%)는 직접 다른 교회를 방문해 현장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소속감의 개념까지 확장하고 있다. 응답자의 7%는 자신이 속한 '교회 집'(home church)이 한 곳 이상이라고 답했다. 비록 소수이지만, 한 명의 성도가 여러 교회에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는 새로운 유형의 교인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데이터다. 이는 과거에는 거의 연구된 적 없는 현상으로, 팬데믹 이후 교인들의 교회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복수 소속’과 ‘추가 참여’의 결정적 차이
하지만 다른 교회에 참여하는 모든 행태가 같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었다. 보고서는 '단순 방문'과 '복수 소속' 사이에 뚜렷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교회를 자신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복수 소속 교인들은 하나의 교회에만 속한 교인들에 비해 예배 참석, 헌금, 봉사 등 모든 헌신도 지표에서 현저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충성도가 여러 곳으로 분산되면서 개별 교회에 대한 헌신은 약화된 것이다.
반면, 자신의 모교회를 분명히 정해두고 다른 교회 예배에 추가로 참여하는 대다수 성도들의 경우는 달랐다. 이들의 '교회 방문'은 모교회에 대한 헌신도를 떨어뜨리지 않았다. 보고서는 이러한 활동이 기존의 헌신을 깎아 먹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적인 성장을 위한 '추가적인 신앙 실천'으로 기능한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이들은 종종 교회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그룹에 속했다. 이는 영적 갈급함이 큰 성도들이 자신의 신앙을 살찌우기 위해 다양한 설교와 찬양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는 현상으로 풀이된다.
성도들의 이러한 '영적 쇼핑' 현상은 오늘날 교회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시한다. 이는 교인들이 언제든 더 나은 영적 경험을 찾아 떠날 수 있는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하다. 따라서 각 교회는 성도들이 다른 곳에 한눈을 팔 필요가 없을 만큼 깊은 영적 만족과 끈끈한 공동체적 유대감을 제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동시에, 이는 영적으로 갈급한 성도들이 더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길 원한다는 긍정적인 신호다. 교회가 문을 닫고 자기만의 울타리를 높이 쌓기보다, 다른 교회와 교류하고 협력하며 더 풍성한 신앙의 장을 열어줄 때, 교인들의 영적 성장을 돕고 그리스도의 몸을 더욱 건강하게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인 교계의 ‘영적 순례자들’,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러한 현상은 한인 밀집 지역에 수많은 교회가 공존하는 미주 한인 교계에 더욱 깊은 성찰을 요구한다. 특히 부모의 교회를 다니는 1.5세나 2세들이 자신의 영적 필요를 채우기 위해 다른 교회의 영어 예배(EM)에 참여하거나, 유튜브를 통해 한국 유명 목회자의 설교를 듣는 것은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다. 이는 ‘우리 교회’라는 소속감을 강조해온 전통적인 한인 교회의 정서와 충돌하며 목회자들에게 고민을 안겨주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성도들의 움직임을 단순히 ‘믿음 없는 행동’이나 ‘교회에 대한 불충’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명확히 한다. 오히려 이는 교인들의 영적 갈급함이 그만큼 크다는 증거일 수 있다. 한인 교회 지도자들은 성도들이 왜 다른 영적 자원을 찾아 나서는지 겸허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 교회의 설교와 양육 프로그램이 성도들의 영적 필요를 충분히 채워주고 있는지, 공동체 안에서 깊이 있는 나눔과 교제가 이루어지고 있는지 점검해야 할 때다. 교회의 울타리를 높여 성도들을 가두려 하기보다, 더 풍성한 영적 식탁을 차려 그들의 순례가 우리 교회 안에서 멈출 수 있도록 돕는 지혜가 요구된다.
----------------------------------------------------------
'전염병 대유행이 신앙 공동체에 미친 영향'(EPIC) 조사
EPIC (2) 교회 좌석의 38%는 '새 얼굴'…그들은 누구인가
EPIC (3) 교회 선택 1순위, '가치관과 신념'의 일치
EPIC (4) 온라인 예배, ‘편리함’ 넘어 교회의 ‘필수’ 사역으로
EPIC (5) 성도 절반의 '교회 쇼핑'…여러 교회 넘나든다
EPIC (6) 위기에도 성도의 지갑은 열렸다, 더 굳건해진 재정 헌신
ⓒ 아멘넷 뉴스(USAamen.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