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교회의 기로 - 현상유지, 우향우, 혹은 존엄한 소멸… 우리 교회의 좌표는?
페이지 정보
기사 작성일2025-06-18관련링크
본문
[기사요약] 미국 교회가 신자 감소와 평판 하락의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은퇴 목회자 마틴 틸렌이 21세기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5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현상 유지, 보수화, 진보화, 제도권 밖의 ‘언처치(Unchurch)’, 그리고 존엄한 소멸이 그것이다. 그는 각 선택지의 현실과 가능성을 분석하며 교회의 본질적 사명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수십 년간 신자 수, 출석률, 사회적 평판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한 미국 교회의 쇠퇴는 이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장기적인 전망이 밝지만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많은 이들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은퇴한 침례교 및 연합감리교회 목회자인 마틴 틸렌(Martin Thielen)이 오늘날 교회가 선택하고 있는 다섯 가지 경로를 제시해 눈길을 끈다.
가장 흔한 길은 '현상 유지'다. 대부분의 교회는 이 길을 택한다. 익숙하고 편안하며, 변화와 갈등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건강하고 활기찬 교회라면 현상 유지가 합리적일 수 있지만, 침체된 교회의 경우엔 대가가 따를 수 있다.
많은 교회가 그리스도를 위해 사람들을 구원하고 지역사회를 섬기겠다는 처음의 뜨거운 사명감을 시간이 지나며 잃어버린다. 대신, 최소한의 프로그램을 유지하고 건물과 청구서를 감당할 만큼의 사람들을 붙잡는 '기관 생존'이 새로운 목표가 된다. 이는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이라 보기 어렵다.
현상 유지와 정치적 쏠림
두 번째 길은 '우향우'다.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교회와 교인 대다수는 신학적으로나 정치적으로 보수적이다. 실제로 2008년부터 2018년 사이, 주류 교단을 포함한 34개 기독교 교파 중 27개가 더 보수적으로 변했다. 따라서 보수적인 신앙관을 가진 교회에 있어 이러한 흐름은 많은 전통적 신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학적 보수화와 별개로 '정치적' 우향우는 위험이 따른다. 오늘날과 같이 정치색이 짙은 환경에서 특정 정당과 교회를 동일시하는 유혹은 강하다. 실제로 일부 교회는 특정 정치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극적인 성장을 경험하기도 하지만, 이는 예수가 보여준 가치와는 정반대의 길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세 번째 길은 '좌향우'다. 보수적인 교계 분위기 속에서 이 선택은 직관에 반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진보적인 기독교 신앙의 표현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 이들도 분명히 존재한다.
틸렌 목사는 자신이 압도적으로 보수적인 지역에서 '열린 마음, 열린 생각, 열린 문'을 표방하는 중도 좌파 성향의 교회로 정체성을 분명히 했을 때, 오히려 10년간 1,000명 이상의 새 신자가 등록하고 출석이 두 배 이상 증가했던 경험을 나누었다. 물론 이 길 역시 교회의 핵심 정체성과 지역 사회의 역학이 맞아야 하며, 정치적 좌향우 또한 교회의 영혼을 해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새로운 대안과 마지막 선택
네 번째는 '언처치(Unchurch)'가 되는 길이다. 이는 전통적인 교회 형태에서 벗어난 대안적 신앙 공동체를 의미한다. 친밀하고 비공식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가정교회 운동이나, 교리보다 사랑의 삶을 실천하는 데 중점을 두는 공동체가 그 예다.
브라이언 맥클라렌이 말하는 '4단계 신앙'처럼, 신념보다 행동과 사랑을 강조하고, 교리를 최소화하며, 다양성을 환영하는 형태다. 제도권 교회가 이런 형태로 전환하기는 쉽지 않지만, 새로운 대안을 찾는 이들에게는 의미 있는 시도가 될 수 있다.
마지막 길은 '존엄하게 소멸하기'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한 교회들이 택하는 길이다. 이는 실패가 아니라, 교회의 생애 주기를 인정하는 과정이다. 마지막 예배를 통해 교회가 남긴 수많은 헌신을 기념하고, 남은 자산을 의미 있게 사용하는 전략을 세우며 품위 있는 마무리를 하는 것이다.
틸렌 목사는 "모든 교회는 사람처럼 탄생, 성장, 성숙, 쇠퇴, 죽음의 생애 주기를 갖는다"며 "한 교회가 문을 닫더라도, 그 교회를 통해 변화된 사람들의 삶 속에 교회는 영원히 살아 숨 쉬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 다섯 가지 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교회들이 불확실한 시대를 어떻게 헤쳐나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몇 가지 단면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