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의 그랜드 캐니언: 미국 세대 간 믿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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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5-3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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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청년층의 종교적 소속감은 노년층보다 현저히 낮으며, 기독교 신앙 비율도 크게 줄었다. 이는 나이 들며 자연히 신앙으로 돌아온다는 통념과 달리, 각 세대의 고유한 가치관과 시대적 배경이 반영된 결과다.
주일 아침 풍경을 떠올려보자. 교회 앞자리를 채우는 익숙한 백발의 성도님들과 그 뒷자리, 혹은 아예 보이지 않는 젊은 세대들. 어쩌면 많은 교회가 이미 체감하고 있을 이 풍경 뒤에는 생각보다 더 깊고 넓은 '신앙의 골짜기'가 자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미국인의 종교 지형 연구는 바로 이 지점을 선명한 숫자로 보여주며 우리에게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연구 결과는 그야말로 '세대 차이'라는 말을 실감케 한다. 미국 내 65세 이상 노년층의 83%가 스스로 '종교가 있다'고 답한 반면, 18세에서 29세 사이 청년층에서는 이 비율이 54%로 뚝 떨어졌다. 무려 29% 포인트의 차이다.
특히 우리 기독교 신앙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그 골은 더욱 깊어진다. 노년층의 78%가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데 비해, 청년층에서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만이 같은 대답을 했다.
오히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특정 종교에 소속되지 않았다고 밝힌 '무교층'이 거의 절반(48%)에 육박하며, 이는 노년층(15%)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의 격차를 보였다. 젊은 세대가 교회를 외면하는 현상이 더 이상 일부의 이야기가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더욱 주목할 점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히 '젊을 때는 방황하다 나이 들면 신앙으로 돌아온다'는 오래된 통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현재 나타나는 세대 간 종교성의 차이가 연령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라기보다는, 각 세대가 경험하고 공유하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과 가치관에서 비롯된 '세대적 특성'이라고 분석했다.
마치 태어난 해에 따라 각기 다른 별자리를 갖듯, 신앙의 풍경도 세대마다 그 빛깔을 달리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앞으로 교회가 다음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맞이해야 할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안겨준다. 과거의 방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경고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개인적인 신앙 실천에서도 온도 차는 느껴졌다. 기도나 성경 읽기와 같은 활동은 노년층에서 더 활발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도 모임이나 성경 공부, 혹은 종교 교육 그룹에 대한 열의는 모든 세대에서 낮게 나타났다. 가장 적극적인 노년층조차 31%만이 이러한 그룹 활동에 꾸준히 참여한다고 답했을 정도니, 함께 모여 신앙을 나누는 공동체성의 약화는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한 가지 희망적인 부분은, 육체를 넘어선 영혼이나 정신의 존재를 믿는 경향은 모든 연령대에서 82% 이상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특히 50세에서 64세 사이에서는 그 믿음이 90%에 달했다. 어쩌면 이 보편적인 영성에 대한 공감대가 깊어지는 신앙의 골짜기를 잇는 작은 다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교회가 이 공통의 영적 갈망에 주목하여 세대를 잇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AI 생성사진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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