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교회도 헌금함 대신 카드 단말기? 디지털 전환 속 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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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5-27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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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유럽 교회들이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헌금 시스템을 적극 도입하고 있으나, 비용 문제와 '빅브라더' 감시, 공동체성 약화 우려도 제기된다. 현금의 전통적 가치와 디지털의 편리함 사이에서 유럽 교회들이 헌금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다.
유럽 교회에서 헌금 바구니 대신 휴대용 카드 단말기가 등장하는 풍경이 더는 낯설지 않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비대면 헌금으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했다.
네덜란드의 ‘아이딜(iDEAL)’이나 스웨덴의 ‘스위프트(Swift)’ 같은 간편 결제 시스템 덕분에 교인들은 교회에 직접 가지 않고도 헌금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팬데믹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많은 교회가 편리성과 접근성을 이유로 디지털 헌금 방식을 주요 방법으로 채택하고 있다고 유럽소재 CNE뉴스가 전했다.
실제로 영국 성공회는 2019년 정보기술 회사 ‘섬업(SumUp)’과 협력해 휴대용 결제 단말기를 도입한 후 헌금이 97%나 증가하는 효과를 보았다. ‘섬업’의 공동 창립자는 이를 "전통과 기술의 만남"이라 표현하며, 현금을 잘 소지하지 않는 현대 교인들의 관대함을 이끌어내는 방법이라 설명했다.
영국 애런델 브라이튼 가톨릭 교구 역시 2019년 비접촉식 카드 기부 제도를 통해 2023년 한 해에만 단말기에서 약 65만 파운드(약 77만 유로)의 헌금이 모이는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교회가 이러한 디지털 흐름에 전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아니다. 독일 쾰른 대교구는 여러 디지털 헌금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했지만, 높은 비용과 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일부를 중단하고 전통적인 헌금함을 계속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쾰른 대성당처럼 팬데믹 기간 도입한 디지털 헌금함을 여전히 사용하는 곳도 있지만, 전통 방식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전환은 단말기 도입을 넘어,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성당의 봉헌초 자판기 설치나 그리스 정교회의 디지털 은행 ‘포스 뱅크’ 설립 추진 등 더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아일랜드 신문의 한 관계자는 현금 없는 사회가 회계 투명성을 높일 수 있지만, ‘빅브라더’의 감시를 용이하게 하고 개인 정보 통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헌금 바구니가 교인들 사이를 도는 행위가 가진 공동체적 의미와 나눔의 가치가 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지적하며, 돈이 가진 유형적이고 역사적인 의미, 즉 과부의 두 렙돈이나 가이사의 것이 새겨진 동전과 같은 상징성을 되새겼다.
유럽 교회들의 디지털 전환은 단순한 결제 방식의 변화를 넘어, 교회의 공동체성과 헌금의 본질적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 기술이 주는 편리함 속에서 우리가 혹시 놓치고 있는 가치는 없는지, 한국 교회 역시 함께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헌금의 방식이 어떻게 변하든 감사와 나눔, 그리고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그 마음의 중심은 변치 않아야 할 것이다.
AI 생성사진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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