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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책 성경, 왜 어떤 이에겐 상처의 무기가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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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작성일202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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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성경이 본래의 치유 메시지를 잃고 타인을 정죄하거나 정치 이념을 정당화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현실을 진단한다. 역사 속 차별의 근거로 오용된 사례부터 현대의 기독교 민족주의까지, 성경을 예수의 사랑으로 다시 읽어낼 것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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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메시지가 무기가 될 때 (AI 생성사진)

 

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통해 위로를 얻기보다 오히려 깊은 상처를 경험하곤 한다. 일부 경직된 신앙 공동체 안에서는 성경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나 의심이 믿음 없는 태도로 치부되며, 성경 구절이 본래의 따뜻한 맥락과 분리된 채 타인을 정죄하고 비판하는 ‘무기’로 사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처럼 성경이 특정 이념을 정당화하거나 공동체의 권위를 유지하는 도구로 왜곡될 때, 본래 담고 있는 사랑과 용서의 메시지는 힘을 잃고 사람들을 신앙으로부터 밀어내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성경을 치유의 책으로 다시 읽어내는 길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는 성경을 규율이나 교리의 집합이 아닌, 사랑과 정의를 실천한 예수 그리스도의 삶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로 바라보는 데서 시작된다. 어려운 구절이나 이해하기 힘든 내용을 만났을 때, 그것을 예수의 핵심 가르침인 ‘사랑’이라는 렌즈를 통해 해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관점은 성경을 통한 인격적인 만남을 가능하게 하고, 텍스트를 상처의 도구가 아닌 개인과 공동체를 회복시키는 생명의 말씀으로 경험하게 한다.

 

역사 속 상처의 도구가 된 성경

 

성경 구절이 본래의 의미를 넘어 특정 집단을 억압하거나 차별하는 ‘무기’로 사용된 사례는 역사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인종차별, 특히 흑인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사용된 일화이다. 19세기 미국 남부의 노예제 옹호론자들은 창세기 9장에 나오는 ‘함의 저주’를 그들의 핵심 논리로 삼았다. 노아가 술에 취해 벌거벗은 것을 본 아들 함이 저주를 받아 그의 자손(가나안)이 형제들의 종이 될 것이라는 이 이야기를, 그들은 함의 후손이 아프리카 흑인들이라는 자의적인 해석과 결부시켰다.

 

이를 통해 흑인 노예제는 인간의 죄악이 아닌, 성경에 기록된 신의 질서이자 섭리라고 주장했다. 여기에 “종들아 두려워하고 떨며 성실한 마음으로 육체의 상전에게 순종하기를 그리스도께 하듯 하라”는 에베소서 6장 5절과 같은 구절을 더해, 노예의 순종을 신앙적 의무로 포장하며 저항 의지를 꺾는 데 사용했다.

 

여성 목사들은 여성의 역할을 제한하고 교회 내 리더십을 막는 데 사용된 성경구절 또한 흔한 사례라고 주장한다. 특히 “여자는 일체 순종함으로 조용히 배우라 여자가 가르치는 것과 남자를 주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아니하노니 오직 조용할지니라”고 기록된 디모데전서 2장 11-12절은 역사적으로 여성의 사역을 억제하는 강력한 근거로 작용했다는 것. 이 구절은 여성의 은사와 소명에 관계없이, 오직 남성만이 교회의 강단에 서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이른바 ‘유리 천장’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다고 주장한다.

 

한 여성 신학자가 신학교에서 이 구절 때문에 동료 남성들에게 “당신의 가르침은 성경적으로 권위가 없다”는 말을 공개적으로 들어야 했던 일화는, 이 구절이 어떻게 한 개인의 소명을 꺾는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는 성경의 다른 부분에서 나타나는 여성 지도자(드보라, 브리스길라 등)의 역할과 그들의 사역을 존중했던 바울의 다른 모습들을 종합적으로 보지 않고, 특정 구절만을 절대적인 규율로 삼았을 때 발생하는 문제점을 드러낸다고 주장한다.

 

현대에 들어 가장 논란이 되는 구절 중 하나는 동성애를 비판하는 데 사용되는 구절들이다. 수용적 입장의 진보적 복음주의는 “너는 여자와 동침함 같이 남자와 동침하지 말라 이는 가증한 일이니라”는 레위기 18장 22절에 대한 전통적인 복음주의 성경해석이 역사적, 문화적 배경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문자 그대로 적용되어 성소수자들을 죄인으로 낙인찍고 공동체에서 배제하는 근거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기독교 민족주의’와 정치적 무기화

 

최근 침례교 뉴스 글로벌의 보도에 의하면, 성경을 무기화하는 이러한 흐름은 사회적 차원을 넘어 ‘기독교 민족주의(Christian Nationalism)’라는 정치적 이념을 강화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미국을 신과 특별한 언약을 맺은 ‘새로운 이스라엘’로 간주하며 구약의 약속들을 자국에 직접 대입한다. 대표적으로 역대하 7장 14절의 “내 이름으로 일컫는 내 백성이 그들의 악한 길에서 떠나 스스로 낮추고 기도하여 내 얼굴을 찾으면 내가 하늘에서 듣고 그들의 죄를 사하고 그들의 땅을 고칠지라”라는 구절을 고대 이스라엘이 아닌 미국에 대한 약속으로 해석한다. 이를 통해 국가의 문제를 신앙의 타락 탓으로 돌리고, ‘나라를 되찾기’ 위한 정치적 행동을 신앙적 의무로 포장하며 지지자들을 결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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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메시지가 무기가 될 때 (AI 생성사진)

 

또한 이들은 창세기 1장 28절의 “땅을 정복하라”는 말씀을 인류의 문화명령이나 청지기적 사명이 아닌, 기독교인이 사회의 모든 영역, 특히 정부와 법률, 문화를 장악해야 한다는 ‘지배 신학(Dominionism)’의 근거로 삼는다. 마태복음 28장의 지상대위임령(“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으라”) 역시 영적 복음 전파의 명령을 넘어, 국가를 법과 정치적 힘으로 기독교화해야 한다는 정치적 위임으로 변질시킨다. 결국 이들에게 복음 전파는 영혼 구원과 함께 정치 권력을 장악하여 ‘기독교 국가’를 건설하는 것과 동일한 목표가 된다.

 

이러한 성경 해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이중적인 태도에서 드러난다는 것. 기독교 민족주의자들은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부에 대해서는 로마서 13장의 “각 사람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복종하라”는 말씀을 들어 절대적인 순종을 요구한다. 하지만 자신들의 이념과 다른 견해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면, 동일한 권세를 ‘폭정’으로 규정하고 불복종과 저항을 정당화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

 

“내게 구하라 내가 이방 나라를 네 유업으로 주리니”라는 시편 2편 8절의 말씀을 정치적 승리에 대한 하나님의 보증수표처럼 여기며,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이루는 것을 곧 하나님의 뜻을 이루는 것이라는 위험한 신념을 고수하는 것을 경계한다.

 

성경을 자신의 주장을 위해 이용하지 말라

 

성경은 하나님의 뜻을 바르게 전하고 따르기 위한 말씀이지, 개인의 욕망이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마태복음 4장에서 사탄은 시편 91편의 말씀을 인용하며 예수님께 성전 꼭대기에서 뛰어내리라고 유혹했다. 말씀을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넘어뜨리기 위한 술책이었다. 예수님은 “주 너의 하나님을 시험하지 말라”는 말씀으로 사탄의 오용을 바로잡으셨다.

 

이 장면은 성경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하고 활용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말씀은 진리를 밝히기 위한 것이지, 자신의 입장을 강화하거나 타인을 정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말씀을 인용한다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이 아니며, 그 동기와 목적이 하나님 중심이어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경은 인용하는 자의 뜻이 아니라, 말씀 자체의 본래 의미와 맥락 속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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