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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교하는 목사도, 듣는 십대도 '가면'을 쓴다: 연말 증후군을 넘는 키워드는 '경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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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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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결혼 비율이 46%로 하락하며 전통적 가족 개념이 붕괴하고 있다. 이혼, 재혼, 비혼 등 가족 형태가 파편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정상 가족' 중심 연말 행사는 성도들에게 소외감을 줄 수 있다. 보고서는 '완벽함(Perfect)' 대신 '현존(Present)'을 강조하며, 십대 자녀와 목회자 가정이 겪는 정신적 압박을 해소할 실제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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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편화된 현대 가족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완벽함 대신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모습 (AI사진)

 

화려한 트리에 매칭 잠옷을 입고 웃고 있는 가족사진은 연말의 상징이지만, 그 프레임 밖의 현실은 종종 소리 없는 전쟁터다. 가족 구성원의 형태가 급격히 변화하고 정신 건강 문제가 대두되는 시점에서, 교회가 고집하는 '전통적이고 화목한 성탄절'의 이미지는 오히려 성도들에게 박탈감과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다가오는 연말,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화려한 행사가 아니라 파편화된 가족들의 진짜 이야기다.

 

미국 기독교 여론조사기관 바나그룹이 발표한 ‘2025년의 결혼과 이혼: 현대 가족을 형성하는 5가지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성인의 절반 미만(46%)만이 결혼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결혼 지연, 재혼 가정의 증가, 한부모 가구의 확산은 더 이상 '4인 핵가족'이 표준이 아님을 시사한다.

 

이는 교회가 습관적으로 기획해 온 가족 중심의 연말 프로그램이 누군가에게는 뼈아픈 소외의 현장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나그룹은 이 데이터를 통해 "모든 가족이 각자의 고유한 서사 속에 있음을 인정하는 개방성과 유연성"이 이번 연말 목회의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강단 뒤의 그림자, 목회자 가정의 비명

 

특히 주목할 지점은 강단 위에서 '가정의 회복'을 외치는 목회자 당사자들의 현실이다. 바나그룹의 '목회자를 위한 독특한 양육 압박' 조사에 따르면, 목회자의 절반 이상이 자신의 양육 방식이 성도들의 감시 대상이 된다고 느낀다. 연말연시가 되면 목회자 자녀(PK)와 배우자는 '모범적인 신앙 가정'을 연기해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에 시달린다.

 

보고서는 목회자가 먼저 "사역과 가정 사이의 경계를 설정하고, 성도들에게 이를 명확히 공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목회자 가정이 행사 동원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들 또한 쉼이 필요한 한 가정임을 교회가 인지할 때 비로소 건강한 리더십이 발휘된다. 이는 목회자 개인의 쉼을 넘어 교회가 지향해야 할 '성과가 아닌 존재'의 가치를 보여주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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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 자녀가 원하는 단 하나, '판단 없는 경청'

 

가족 간 갈등의 또 다른 축인 부모와 십대 자녀의 관계에서도 해법은 단순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곳에 있다. 빡빡한 학사 일정과 연말 행사의 홍수 속에서 십대들은 불안과 과잉 자극을 호소한다. 바나그룹의 십대 정신건강 연구는 청소년들이 부모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문제 해결'이 아닌 단순한 '경청'임을 밝혀냈다.

 

부모는 자녀의 감정을 판단하거나 즉각적인 조언을 하려 하기보다, 그저 들어주는 여백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연말에 어떤 전통을 지키고 싶은지, 무엇을 내려놓고 싶은지"를 묻는 사전 대화만으로도 자녀는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워킹맘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가사와 사역의 이중고를 겪는 어머니들에게 교회는 봉사를 강요하기보다 육아 지원이나 '거절할 수 있는 자유'를 줌으로써 실질적인 안식을 제공해야 한다.

 

'완벽함'을 버리고 '현존'을 선택하라

 

결국 이번 연말 교회가 던져야 할 메시지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다. 이혼 가정, 사별한 독거노인, 부모와 떨어져 사는 청년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예배당 안에 공존한다. 설교자는 강단에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언급하고, 교회 행사에 '누구나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세심한 배려를 기울여야 한다.

 

연말은 완벽한 가족을 전시하는 쇼케이스가 아니다. 리베카 라이온스가 제안한 '휴식의 리듬(Rhythms of Rest)'처럼, 스크린을 끄고 산책하며 서로의 눈을 바라보는 '현존(Presence)'의 시간이 필요하다. 계획대로 되지 않아도, 음식이 타거나 누군가 화를 내더라도 그 불완전함을 은혜로 덮는 연습이 필요하다.

 

2025년을 앞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끄러운 행사가 아니라 거칠지만 진실한 서로의 체온이다.

 

ⓒ 아멘넷 뉴스(USAame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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