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치의 새로운 핵, 무신론·불가지론 유권자의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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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1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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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라이언 버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2024년 대선에서 이들은 민주당 연합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며 그 중요성이 커졌다. 민주당의 평균 지지자보다 더 진보적인 성향을 보이며, 특히 무신론자들은 스스로를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있다고 인식한다.
▲ 미국 정치 지형을 바꾸는 세속주의 유권자들(AI 생성사진)
미국 정치 지형에서 종교가 없는 ‘무종교인(nones)’의 영향력이 커지는 가운데, 그중에서도 무신론자(atheist)와 불가지론자(agnostic)가 민주당의 핵심 세력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워싱턴 대학교 댄포스 종교정치센터의 라이언 버지 교수는 최근 발표한 글을 통해 지난 다섯 번의 선거 주기 데이터를 바탕으로 이들 ‘세속주의 유권자’의 정치적 위상을 조명했다.
버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2008년 전체 인구의 약 8%였던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꾸준히 증가해 최근 13%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몇 년간 성장세는 다소 정체된 모습을 보였지만, 이들은 미국 정치, 특히 민주당 내에서 무시할 수 없는 규모의 집단으로 성장했다.
이들의 정치적 성향은 확고한 민주당 지지로 나타났다. 2024년 대선에서 무신론자의 83%, 불가지론자의 76%가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 후보에게 투표했다. 이는 2020년에 비해 소폭 하락한 수치지만,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과 비슷한 수준의 강력한 지지세다.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에게 투표한 비율은 각각 14%, 22%에 그쳤다.
민주당의 핵심으로 떠오른 세속주의 유권자
더 주목할 점은 이들이 민주당 선거 연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2008년 오바마 후보 전체 득표의 13%를 차지했던 이들의 비중은 2024년 해리스 후보에게는 25%에 육박했다. 16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버지 교수는 "민주당 대선 후보는 이 유권자 그룹에서 80~85%의 지지를 확보하지 않고는 승리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반면 공화당에 이들은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유권자 그룹이다. 2024년 트럼프 지지자 중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는 5.2%에 불과했다. 이는 전체 트럼프 지지자의 약 40%를 차지하는 백인 복음주의 유권자와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공화당으로서는 핵심 지지층을 소외시키면서까지 이들을 끌어안을 정치적 유인이 없는 상황이다.
사회적 이슈에 있어서도 이들은 민주당의 평균적인 지지자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을 보였다. 특히 미성년자의 성전환 시술 금지나 학생의 선호 대명사 사용과 같은 젠더 이슈에서 무신론자들은 평균적인 민주당 지지자보다 훨씬 더 자유주의적인 태도를 취했다.
민주당보다 더 왼쪽에 선 무신론자들
스스로에 대한 이념적 평가 역시 흥미로운 지점이다. 버지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무신론자들은 스스로를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liberal)이라고 평가하는 유일한 집단이다. 이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들의 이념은 왼쪽으로 이동한 반면, 민주당은 오히려 중도 쪽으로 움직였다고 인식했다.
이러한 결과는 무신론자와 불가지론자들이 단순한 민주당 지지자를 넘어, 당의 이념적 방향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내부 세력이 되었음을 시사한다. 버지 교수는 "2024년 선거가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진 않았지만, 세속주의 유권자들이 민주당 연합의 필수 불가결한 일부라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고 결론지었다.
앞으로 민주당이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목소리에 더욱 진지하게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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