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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전쟁터에 울려퍼진 캐럴 '기적'을 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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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8-12-2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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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불리는 캐럴송은 무엇일까. 바로 1818년 오스트리아의 프란츠 그루버작곡, 요제프 모어 작사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다. 이 노래는 1914년 1차 대전 도중 전쟁터 한 가운데서 불리며 '크리스마스 기적'을 일으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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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대전 중 나타난 크리스마스 기적과 관련해 1915년 1월 9일자 일러스트레이티드 런던뉴스에 실린 영국군과 독일군 병사들이 담배 등을 교환하며 담소를 나누는 그림. 

 

전쟁 중 찾아온 크리스마스…캐럴 부르자 벌어진 '기적'

 

성탄절 전날인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Christmas Eve)에는 거리마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사람들의 얼굴엔 미소가 넘쳐난다. 캐럴은 때로 기적을 만들기도 했다.

 

약 100년 전 이맘때,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며 영국, 프랑스, 독일 군사들 간에는 서로를 죽고 죽이는 전쟁이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었다. 오죽하면 ‘죽음의 땅(No man’s land)라고 했을까. 프랑스 북부 독일군 점령지역에선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사이에 둔 군사들이 숨 막히는 접전을 벌였다.

 

전선은 치열했지만 지루했다. 양측의 군대 모두 전진과 후퇴를 거듭하면서 거의 전진을 하지 못하고, 참호를 깊게 파고 들어가 대치하는 상태를 보인 것이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도 그랬다. 눈이 내렸지만 화이트 크리스마스의 포근함은 애초에 기대할 수 없는 전쟁터였다.

 

그런데 누군가 전방의 상황을 목격하면서 하나둘 자신의 눈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전방 독일군 측 진영에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독일군이 방벽 위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우고 있었다. 잠시 후엔 누군가 부르는 캐롤 ‘고요한 밤 거룩한 밤(Stille Nacht, Silent Night)’이 양측의 참호 사이 완충지대에 차분하게 퍼지듯 내려깔렸다. 

 

뜻밖에도 영국군도 영어 가사로 화답했다. 영국군은 백파이프를 연주했고 이에 뒤질세라 독일군도 노래로 화답했다. 불과 몇 분 전까지만 해도 적이었던 이들은 서로를 향해 겨누던 총을 버리고 어느새 한마음으로 캐럴을 불렀다. 

 

노래가 끝나자 환호성이 터져 나오고 누구의 지시랄 것도 없이 양측 군인들은 참호를 나와 서로 악수하고 크리스마스 인사를 나눴다. 담배도 나누어 피웠고 초코릿이나 잼같은 선물도 교환했다.

 

당시 영국군 소총 여단을 지휘하던 월터 컨그리브 장군은 편지로 이날의 이야기를 전했다. 그는 편지를 통해 "나는 놀라운 상황을 발견했다. 오늘 아침 한 독일인이 자신들은 하루짜리 휴전을 원하고 있다고 외쳤다"고 했다.

 

이어 "그래서 우리 병사 가운데 한 명이 매우 조심스럽게 난간 위로 올라섰고 한 독일인이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을 봤다"고 적었다.

 

특히 "곧이어 양측에서 더 많이 밖으로 나섰고 결국 온종일 그 특별한 장소에서 그들은 함께 산책을 하며 서로에게 담배를 주며 노래를 불렀다"고 밝혔다.

 

또 당시 한 군사는 부모에게 이러한 편지를 보냈다. "평생 잊을 수 없는 광경을 봤다. 살인과 죽음 속에도 인간다움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제게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가 됐다"고 전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캐롤이 가져온 믿기지 않는 ‘정전’은 빠르게 번져 나갔다. 크리스마스 당일에도 이어졌고 그날 오후에는 축구 경기도 열렸다. 일부 전선에서는 새해 벽두까지 계속되었다고 한다.

 

당시 휴전에 참여한 군인들은 양국에서 10만여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람들은 훗날 이것을 '크리스마스 휴전(Christmas Truce)'으로 부르며 전 세계 곳곳에 감동과 희망의 이야기로 전해졌다.

 

영화 같은 이러한 이야기는 2005년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Joyeux Noel, Merry Christmas)'의 바탕이 됐다.

 

영국의 ‘데일리 미러’지(紙)는 양국군이 이때 찍은 사진으로 1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야전의 병사들이 이뤄낸 이 정전과 평화는 고위 지휘부에 의해 금지되었고 전투는 다시 재개되었다. 

 

윤인경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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