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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원로들에게 묻다…"한국교회 자화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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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ㆍ2019-10-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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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대담①] 김명혁 목사, 손봉호 교수, 박종화 목사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이했던 2017년, 한국교회는 500년 전 개혁자들의 부르짖음을 쫓아 본질로의 회복을 외쳤다. 그 후 2년이 지났다. 한국교회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낮은 곳에서 묵묵히 예수 사랑과 복음전파에 앞장서며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감당하는 교회가 있는 반면, 일부 교회는 성 문제와 재정 전횡, 성장주의 지향 등 세상 논란의 중심에 서서 조롱과 지탄의 대상이 됐다.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창간한 <위클리굿뉴스>는 창간 2주년을 맞아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를 진단하고 실제적 대안을 모색하는 특별 대담을 기획했다. 초대교회로의 회복을 위해 어떤 과제가 남겨졌는지, 한국 교계 원로인 김명혁 목사(한국복음주의협의회 명예회장), 손봉호 석좌교수(고신대), 박종화 목사(국민문화재단 이사장)의 혜안을 얻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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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화 목사, 손봉호 교수, 김명혁 목사(왼쪽부터) ⓒ데일리굿뉴스

 

김명혁 교수, "기독교 본질은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

손봉호 교수, "세상 가치 위해 믿음 이용해선 안돼"

박종화 목사, "교회, '믿음·소망·사랑'의 공동체여야"  

 

Q.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2년이 흘렀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기독교는 여전히 비난과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왜 달라지지 못하는 것일까.

 

김명혁 목사(이하 김): 기독교의 본질은 교회의 머리와 몸 되시는 예수님의 십자가 복음이다. 교회가 본질을 지니기 위해서는 예수님만 바라보고 닮아야 한다. 그런데 오늘의 한국교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의 유행에 좌우로 치우치고 있기 때문에 교회 본질을 지니지도, 회복하지도 못하고 있다. 종교개혁자들이 선포한 다섯 가지 강령인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믿음(Sola Fide),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그리스도(Sola Christus),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Soli Deo Gloria)', 이 다섯 가지 복음과 삶의 원리를 균형 있게 실천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손봉호 교수(이하 손): 일반적으로는 성경의 가르침에 충실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는 돈·명예·권력·성공·쾌락 등 세상적 가치를 위해서 믿음을 이용하는 기복신앙이 강하게 남아 있고, 많은 교회가 이를 교회 성장에 이용하기 때문이다.

 

박종화 목사(이하 박): 한국 기독교가 스스로 개혁하겠다고 해놓고, 개혁을 못 했고 또 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교회는 제도화되고 사회적 이익단체로 굳어진 하나의 '종교'로 추락하는 모습이다. 교회는 살아 움직이는 '믿음·소망·사랑'의 공동체여야 한다. 그것으로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돼야 존재 가치가 있다.

 

Q. 오늘의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목회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성범죄, 재정 전횡 등 목회자의 윤리가 심각한 수준으로 타락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김: 오늘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이 세상을 닮아가기 때문이다. 주기철 목사, 손양원 목사, 한경직 목사 등 신앙의 선배들을 본받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주기철 목사는 일사각오의 철저한 순교신앙을 지니신 분이었지만 동시에  부드럽고 따뜻한 사랑의 삶을 사신 분이셨다. 사랑의 원자탄이라고 불리는 손양원 목사는 지금 일본 교회 신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사람이라고 할 만큼 만인의 존경을 받은 분이다. 온유와 겸손, 사랑과 도움, 화해와 평화, 가난과 청빈의 삶을 사신 한경직 목사야말로 기독교는 물론 타 종교의 지도자들이 가장 존경하는 목회자였다. 오늘의 한국교회 목회자들이 이런 분들을 닮으려고 최선을 다한다면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손: 목회자들, 특히 대교회 목회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자신을 희생하며 하나님을 섬기려 하기보다는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가운데 돈·권력·인기 등 세속적인 욕망 충족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가 가난해서 목회를 통해서는 세속적으로 아무 이익도 얻을 수 없었을 때 오히려 목회자 모두가 순수했다. 

 

박: 목회자 직책을 일종의 '직업'으로 여기면서 세속적 지위와 힘·재력을 성공적인 목회로 보기 때문이다. 목회직은 직업이기 전에 '소명'이고, 십자가에 죽고 부활하신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로 작정한 직책이다. 직업적 배려는 그 뒤에 따라오는 결과다. 직업적 위상이 먼저일 수 없다.

 

Q. 가장 최근 교계 안팎의 큰 이슈는 명성교회 세습이다. 예장통합 총회가 명성교회 수습안을 통과시킨 것은, 대형교회가 총회와 교단법 위에 군림하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일꾼이 된 사역자들의 세습을 성경이 단정적으로 부인하고 정죄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아브라함, 이삭, 야곱, 요셉의 경우가 어떤 의미에서는 사역자들의 세습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교회의 세습 문제는 교회와 교인들의 뜻과 결정에 따르고, 노회와 총회의 뜻과 결정에 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손: 세습 자체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대교회 세습이 문제고, 명성교회 세습이 대표적이다. 이번 사건은 신사참배 못지않은 한국 교회 역사상 최대의 수치다. "탐심은 우상숭배"라는 바울 사도의 말대로 심각한 우상숭배라고 할 수 있다. 통합 교단뿐 아니라 한국의 모든 교회를 참으로 부끄럽게 한 사건이다. 하루빨리 철회돼야 한국 교회의 명예가 회복될 수 있다.

 

박: 목회자 세습 문제가 교회의 공공 도덕성을 가늠하는 하나의 척도가 됐다. 이 문제가 신앙과 도덕적 기준에서 선악으로 판단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공동체 성원들이 원하고 또 그것이 "주안에서 서로가 협력하여 선을 이루는 것"인지 여부, 곧 '교회의 공공성'을 기본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습'은 왕조시대나 군주시대의 냄새를 풍기고, 특히 민주화 시대에는 금권·권력·권위의 '소유권 이전'으로 오해되기에 충분하다. 따라서 주인은 주님이시고, 목회자는 주님의 '청지기'로 봉직하는 교회공동체에서 그런 용어 사용 자체도 맞지 않는다. 목회자 대물림은 '선한 청지기직 대물림'일 때에만 선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 본다. 그동안 가난하고 힘없는 작은 교회의 목회자 대물림 사례들이 있었다. 그것들은 십자가의 좁은 길로 향하는 '청지기직 대물림'이었기에 사회와 교계의 칭송을 받았고 또 장려할 가치가 있다고 본다.

 

Q.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면서 교회가 정치적인 문제에 개입하는 것을 두고 찬반 논쟁이 뜨겁다. 전광훈 목사가 주도하는 광화문 집회에 수많은 교인이 몰려들지 않았나. 무엇이 옳고 그른지 혼란스러워하는 교인들이 많은데.

 

김: 교회가 정치적인 문제에 지나치게 도전적으로 개입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정치적인 잘못을 부드럽게 지적하면서 수정할 것을 제안하고 권면하는 것은 올바른 일이다. 하지만 전광훈 목사는 광화문 집회에서 막말하고 정치인들을 심하게 정죄하는 잘못을 범했다고 생각한다.

 

손: 그리스도인이 정치문제에 관계하는 것은 정당하다. 그러나 기독교의 이름으로, 더구나 목회자가 파당정치, 이념에 입각한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성경의 가르침이나 기독교의 전통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독교의 권위와 위신을 크게 떨어뜨려 전도와 사회 복음화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다.

 

박: 신앙인도 국민의 일원이다. 국가 현안에 당연히 자신의 견해를 밝힐 언론과 표현의 자유가 있다. 다만 '정치와 교회의 분리'라는 하나의 합의된 대전제가 있다. 신앙의 이름으로 특정 정당이나 정파, 특정 이념이나 사상, 특정 진영논리를 정당화하거나 동일시하는 것은 신앙의 배역 행위다. 교회의 정치집단화는 더구나 금물이다. 현실정치 참여가 누구에게나 가능하나 교회의 공공직인 목사의 신분으로는 불가하다. 신앙은 정치와 어울려 살게 되지만, 정치에 속하지 않는다. 교회는 세상 속에 몸담고 사는 역사적·사회적 존재다. 하지만 동시에 하나님 나라에 속한 종말적이며 초월적인 공동체다. (다음 편에 이어서)  

               

취재·정리 천보라, 조유현 기자

ⓒ 데일리굿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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