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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자 시인 첫 산문집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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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14-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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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붉은 작업실’의 시인 김은자 씨가 생애 첫 산문집을 펴냈다.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는 제목의 산문집에는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겪은 다양한 삶의 모습과 단상들이 문학성 높은 언어와 시인 특유의 철학적 통찰력으로 표현돼 있다.

뉴저지초대교회 시무 안수집사인 김은자 시인은 재미시인으로 한국에서는 많이 알려진 작가로 이번 산문집에서는 철학적 산문 외에 1960년대 교회 장로님이셨던 아버지에 대한 얘기와 기독교적인 사상이 바탕된 여러글들이 포함 되었다. 김 시인은 글에서 교회에서나 세상에서나 한결같은 삶을 산 아버지, 자녀들의 손을 잡고 기도를 가르쳤던 아버지를 기억했다.

"아버지는 65세때 간암 말기 선고를 받았지만 신앙으로 이기고 15년을 더 사셨다. 아버지는 병이 나으신후 68세라는 연세에 신학 대학을 졸업하셨다. 아버지는 목사 안수를 끝내 받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영원한 장로로 남기를 원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집 밖이나 집 안에서 같은 분이셨다. 교회에서나 세상에서나 한결 같았다. 나의 아버지는 장로중에 장로였던 분이셨다."

"생전 딸들에게 유난히 자상하시고 다정하셨던 아버지는 어릴적 나와 언니가 다투면 혼을 내지 않으시고 조용히 둘의 손을 잡고 골방으로 데리고 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하셨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간절한 기도였다. 기도가 끝난후 아버지는 언니와 나의 손을 맞잡게 하고 번갈아가며 소리를 내어 기도를 시켰다."

조용하면서도 예리한 감성으로 치열한 창작활동을 해 온 김은자 시인이 최근 생애 첫 산문집을 발간하고 독자들과의 교감을 기다리고 있다. 총 6부로 구성된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는 책 제목에서 느껴지듯 스쳐가는, 그러나 마음 깊은 곳을 두드리는 일상들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관조와 정제 과정을 거친 담백한 언어로 빚어 낸 철학적 삶의 산문이다.

김은자 시인의 산문집에 표사를 쓴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 시인은 '시인이 쓴 산문이 마치 시 같다. 산문과 시가 잇닿아있다. 김은자 시인의 글을 읽으며 나는 나의 본 모습이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되었다' 라고 했다. 고경숙 한국문인협회 부천지부장은 ‘사물들과 가까운 이웃들에 대한 만남이며 이는 단순한 물리적 만남에 그치지 않고 언어의 포괄적 영역까지 확대되어 추억이란 이미지로 형상화된 뒤 다시 작가의 삶의 철학으로까지 발전한 글’, 그리고 ‘연륜과 내재된 진정성이 느껴지는 삶에 대한 철학적 시선이 담긴 글’이라고 호평했다.

첫 산문집 발간에 대해 김 시인은 시로 풀지 못한 이야기들을 더 늦기 전에 들려주고 싶었다며 자신의 삶의 경험들을 작가의 시선으로 풀어냈다며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독자들과 공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은자 시인은 또 동포 문인들의 작품이 이민문학으로 좁게 해석되는 경우가 많음을 경계하고 독자들이 이를 그런 선입견 없이 작품을 대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숙명여대를 졸업하고 1982년 미국으로 이주한 김은자 시인은 미주 중앙일보 신춘문예와 월간 ‘시문학’으로 등단했으며 재외동포 문학상 시부문 대상, 미주동포문학상, 윤동주 해외동포 문학상, 한국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우수 당선, 환태평양 기독영화제 최우수 시나리오 상 등을 수상했으며 시집 ‘외발 노루의 춤’, ‘붉은 작업실’ 등을 펴냈고 난시 동인으로 활동하고 있다.

책 구입은 뉴저지 교포서적, 한양서적, 뉴욕 반디 북스, 한양서적에서 할수 있다.

다음은 책에 실린 글의 일부이다.

2.jpg나의 아버지는 65세때 간암 말기 선고를 받으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암을 신앙으로 이기시고 15년을 더 사셨다. 아버지는 병이 나으신후 68세라는 연세에 신학 대학을 졸업하셨다. 아버지는 목사 안수를 끝내 받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영원한 장노로 남기를 원하셨다. 나의 아버지는 집 밖이나 집 안에서 같은 분이셨다. 교회에서나 세상에서나 한결 같았다. 나의 아버지는 장로중에 장로였던 분이셨다.

간암에서 완치되시고 70세가 되셨을때 아버지는 외국에 나가있는 자식, 친척을 모두 불러 교우와 친지와 함께 성대하게 잔치를 열었다. 나와 남편역시 아이 둘을 데리고 한국으로 달려갔다. 아버지가 간암 선고를 받으셨을때 나는 마침 영주권을 신청중이라 한국으로 나갈수 없는 처지였다. 밤하늘을 보면 유독 빛나는 별이 아버지가 나를 내려다 보는 것 같았다. 병들어 계신 아버지에게 달려갈수 없는 딸이라는것이 견딜수 없어 나는 밤마다 눈물을 흘렸다.

아버지 칠순 잔치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 파티가 되었다. 지금도 아이들은 그때 사진들을 보면 얼굴이 환해진다. 아버지는 축의금을 받지 않으셨다.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 때문이었다. 나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교회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과 유독 가까이 지내셨던 분이셨다. 아버지 주위에는 늘 가난한 사람들이 있었다.

지금도 나는 기억한다. 옷이 마땅치 못해 파티에 오지 못하는 분들에게 옷과 신발을 꼬옥 쥐어 주던 어머니의 모습을. 그 옆에서 흐믓한 웃음을 지으시던 아버지의 얼굴을...


-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온다} 4부 '발 삔 자리' 에 수록된 [아버지] 부분 발췌 -

늦 가을에서 초 겨울까지….나는 아버지를 두해전 떠나 보내고 지난해 이 맘 때 쯤이 되었을 때 혹독하고 혹독한 그리움의 열병을 앓았다.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하나에도, 내일이면 거리에 버려야할 모아 놓은 낙옆더미에도, 모두가 돌아가신 아버지의 얼굴이었다. 아버지의 얼굴은 찬바람에도 흩어지지 않고 낙옆더미에 고여 온통 나를 적셨다. 생전 딸들에게 유난히 자상하시고 다정하셨던 아버지는 어릴적 나와 언니가 다투면 혼을 내지 않으시고 조용히 둘의 손을 잡고 골방으로 데리고 가 손을 잡고 기도를 하셨다.

어린 내가 보기에도 참으로 간절한 기도였다. 기도가 끝난후 아버지는 언니와 나의 손을 맞잡게 하고 번갈아가며 소리를 내어 기도를 시켰다. 언니와 나는 기도를 하다가 마침내는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울었고 기도가 끝나면 눈물 콧물 범벅이 된 끈적끈적한 손으로 전보다 더 다정한 모습으로 소꼽놀이를 하곤 했다.

아버지는 그렇게 우리에게 사랑 하는 법을 일러 주셨다. 그랬던 아버지가 무시로 그리워 나는 일을 하다가도 문득 문득 창문을 내다 보았고 자주자주 혼자이고 싶어 했다. 그런면에서 이번 한국 방문은 또 한번의 열병이 싫어 내가 택한 철저한 나의 선택이었다.


- {슬픔은 발끝부터 물들어 온다} 2부 '오래된 문을 밀고 들어가며'에 수록된 [늦가을에서 초겨울까지] 부분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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