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종교혁명, 위기인가 새로운 부흥의 기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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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9-25 11:38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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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은 LA 타임스 기고를 통해 오늘날 가장 중요한 종교 혁명은 온라인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스마트폰이 과거 인쇄술처럼 종교적 권위를 성직자에게서 평신도에게로 옮기고 있으며, 이는 신앙의 쇠퇴가 아닌 새로운 부흥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디지털 전환은 혼돈의 위험도 있지만, 살아있는 신앙의 역동적인 모습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시대의 가장 중요한 종교 혁명은 교회가 아닌 스크린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저명한 종교학자 레자 아슬란은 신앙의 미래가 강단이 아닌 디지털 세상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Times)에서 아슬란은 자신의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가속화된 온라인 신앙생활이 일시적 현상을 넘어 종교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젊은 세대에게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 등 디지털 플랫폼이 기존의 종교 기관을 대체하는 새로운 영적 중심지가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을 신앙의 약화나 세속화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아슬란은 오히려 "신앙의 새로운 부흥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제2의 종교개혁을 이끌다
아슬란은 오늘날 스마트폰이 하는 역할을 5세기 전 인쇄술에 비유했다. 인쇄술의 발명이 유럽 사제 계급이 독점하던 성경 해석의 권위를 대중에게 돌려주며 종교개혁의 불을 지폈듯, 스마트폰이 기독교 등 주요 종교의 권위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거에는 신학적 해석이나 권위 있는 가르침을 얻기 위해 신학교에서 훈련받은 성직자를 찾아야 했지만, 오늘날 신자들은 온라인 인플루언서나 디지털 정보 검색을 통해 답을 찾는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다. 복음주의 기독교 내에서는 '인터넷 교회'가 급부상했으며, 대형교회들은 이제 실제 예배당에 앉는 신자들만큼이나 유튜브의 디지털 교인들을 위한 공동체 형성에 힘을 쏟고 있다. 틱톡에서는 대중 스타만큼의 팔로워를 거느린 목회자들이 짧은 설교를 전하며, 코로나19를 거치며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들은 스크린을 통한 성찬, 온라인 예배, 화상 통화를 통한 신앙 상담이 가능하다는 것을 학습했다.
권위의 이동, 기회와 위기 공존
신앙의 권위가 강단에서 스마트폰으로, 신학교에서 개인 메시지 창으로 이동하는 현상은 신학을 넘어 정치와 사회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아슬란은 디지털 플랫폼이 '아랍의 봄'에서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지피는 긍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지만, '큐어넌(QAnon)' 현상처럼 기독교 사회 내에서 새로운 형태의 광신을 낳는 온상이 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신앙의 디지털화는 전통적 권위 체계를 무너뜨리는 동시에,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도 있는 양날의 검이라는 분석이다.
많은 비평가들은 이러한 '민주화'가 신학적 혼란과 극단주의의 번성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아슬란 역시 이러한 위험이 실재함을 인정한다. 그러나 그는 "혼돈은 언제나 부흥의 동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종교개혁이 하나의 교회를 수천 개의 교파로 분열시키며 극심한 폭력을 낳기도 했지만, 동시에 전례 없는 영적 활력을 불어넣었던 역사를 예로 들었다.
혼돈은 쇠퇴 아닌 '살아있는 신앙'의 증거
결론적으로 아슬란은 오늘날의 디지털 종교가 보여주는 혼란스럽고 모순적인 모습이 바로 '살아있는 전통'의 증거라고 말했다. 신앙 공동체가 소수의 문지기(gatekeepers)에 의해 고정될 때 화석화되지만, 신자들이 스스로 신앙을 새롭게 붙잡을 때 번성한다는 것이다.
그는 "종교는 박물관에 전시되거나 성소에 갇혀 있는 유물이 아니다"라며, "모든 세대에 의해 재창조되는 역동적인 힘이며, 성직자나 국가가 아닌 신자들 자신에게 속한 것"이라고 밝혔다. 신앙의 미래는 강단의 성직자가 아닌, 스크린 앞의 신자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적용과 과제: 미주 한인교회의 기로
아슬란의 분석은 미주 한인교회에 깊은 고민을 요구한다. 담임목회자를 중심으로 한 전통적이고 권위적인 신앙 체계에 익숙한 한인 이민교회에 ‘신앙의 민주화’는 혼란과 도전으로 다가올 수 있다.
실제로 검증되지 않은 온라인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학적 분별력을 잃거나, 공동체를 떠나는 ‘가나안 성도’의 증가는 많은 목회자들의 현실적인 고민이다. 권위의 이동을 단순히 기존 질서에 대한 위협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시대에 맞는 목회적 패러다임 전환의 계기로 삼을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이 변화는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자, 새로운 선교의 기회이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 세상이 삶의 중심인 2, 3세들에게 온라인 공간은 외면할 수 없는 중요한 신앙 형성의 장이다. 교회가 이들을 향한 문을 닫는다면 미래를 잃는 것과 같다.
이제 교회의 과제는 온라인을 배척하거나 두려워하는 것을 넘어, 성도들이 디지털 세상 속에서 분별력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영적 가이드’의 역할을 감당하는 데 있다. 강단의 권위를 지키는 것을 넘어, 모든 성도가 각자의 스크린 앞에서 건강한 신앙을 세워가도록 돕는 것, 이것이 새로운 시대가 미주 한인교회에 던지는 사명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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