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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시위현장, 성경이 정치적 ‘깃발’이 될 때 그리고 교회가 붙잡아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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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6-20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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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LA 시위에서 성경 구절과 기독교 상징이 등장했다. 시위대는 레위기, 로마서 구절로 이민자 옹호를 외쳤고, 일부 목회자들도 동참했다. 반면, 범죄자 추방을 지지하거나 중립을 지키는 등 복음주의 진영 내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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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이민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혹은 신앙이 있든 없든,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정당화하는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는 현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항의하는 로스앤젤레스 시위 현장에서는 유독 성경 구절을 담은 팻말이 눈에 많이 띄었다고 월드뉴스그룹이 소개했다. 한 시위자는 자신의 키만 한 거대한 팻말에 모든 이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말씀을 새겨 넣었다.

“너희 땅에 머무르는 나그네를 억압해서는 안 된다. 너희는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나그네를 본토인처럼 대우하고, 그를 네 자신처럼 사랑해야 한다. 너희도 이집트 땅에서 나그네였기 때문이다.” (레위기 19:33-34) 그는 법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무정부주의자가 아니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다만 그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법이 인간의 법보다 더 높은 최고 권위임을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성경이 정치적인 주장을 위한 ‘깃발’이 될 때

또 다른 시위 현장에서 한 청년의 손에는 “악에게 지지 말고 선으로 악을 이기라”는 로마서 12장 21절 말씀이 적혀 있었다. 그는 이 구절을 통해 증오를 이기는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그의 간절함 뒤에는 25년간 미국에서 정직하게 살아온 어머니가 언제든 추방될 수 있다는 개인적인 아픔이 있었다. 그에게 성경 구절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가족의 삶이 걸린 절박한 외침이었다.

하지만 성경 구절을 사용하는 모든 이들이 신실한 믿음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시위 현장에 함께한 흥미로운 점을 발견했다. 그는 성경 말씀을 팻말에 적어 든 한 무리의 젊은이들에게 다가가 교회에 다니는지 물었다. 그들은 어릴 적에는 다녔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 행정부가 기독교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진실하게 느껴지지 않아, 그에 맞서기 위해 성경 구절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로스앤젤레스 시위 현장은 오늘날 교회가 마주한 불편한 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하나님의 말씀인 성경이 이민을 찬성하든 반대하든, 혹은 신앙이 있든 없든,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정당화하는 ‘구호’로 사용되고 있다는 현실이다.

성경의 전체적인 맥락과 하나님의 깊은 뜻은 사라지고, 입맛에 맞는 구절만 취하는 ‘아전인수’식 해석이 판을 치게 된다. 이는 결국 세상으로 하여금 기독교를 자기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이념 집단으로 오해하게 만들고, 성경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결과를 낳는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세태가 교회 안에 그대로 스며들어온다는 점이다. 성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하나 됨보다 정치적 입장을 우선시하게 될 때, 교회 공동체는 분열의 아픔을 겪게 된다. 같은 본문을 읽고도 서로를 비난하고 정죄하며, ‘우리 편’과 ‘저쪽 편’으로 나뉘어 다투는 모습은 결코 하나님의 뜻이 아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붙잡아야 하는가?

이처럼 혼란스러운 시대 속에서 한인 교회를 비롯한 복음주의 교회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성경의 전체적인 균형’과 ‘교회의 본질적인 사명’을 회복하는 것이다.

첫째, 교회는 ‘정의’와 ‘공의’를 함께 가르쳐야 한다. 성경은 사회적 약자와 나그네를 돌보라는 하나님의 자비로운 명령(정의)과 함께, 법과 질서를 존중하고 공동체의 안정을 지키라는 하나님의 공의로운 명령을 모두 담고 있다. 이민 문제를 대할 때, 무조건적인 수용이나 무조건적인 배척이라는 양극단의 논리에 갇혀서는 안 된다. 긍휼과 질서 사이에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겸손하게 구하며, 성경의 전체적인 가르침을 균형 있게 따르려는 노력이 절실하다.

둘째, 교회는 정치적 해답이 아닌 복음적 해답을 제시하는 공동체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의 가장 큰 사명은 특정 정당이나 정책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님과 화목하고 이웃과 화평을 이루도록 돕는 것이다. 서류미비 이민자이든, 법을 집행하는 공무원이든, 불안을 느끼는 시민이든 모두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지음받은 존재이며 복음이 필요한 영혼이다. 교회는 이들 모두를 품고 기도하며,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섬기는 영적 피난처의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세상이 성경 구절을 정치적 구호로 소비할수록, 교회는 더욱 말씀의 본질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시끄러운 구호 대신 십자가의 사랑을, 정치적 주장 대신 겸손한 섬김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부름받은 교회가 이 시대 속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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