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목회자가 없다' 미국과 한인 교회의 시한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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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2ㆍ2025-06-19 13:50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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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미국 개신교회의 70%는 소위 ‘작은 교회’지만, 신학교를 졸업한 젊은 목회자들은 대형교회 사역을 선호하며 부임을 기피하고 있다. 이 현상은 한인 이민교회에서 더욱 심각한 리더십 공백 문제로 나타난다. 1세대 은퇴와 2세대의 외면 속에서,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근본적인 성찰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테네시 주에서 미국교회를 위한 목회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토니 마르 목사가 요즘 심각한 문제에 직면해 있다는 뉴스가 한인교회와도 연결되어 관심을 끈다. 신학교를 갓 졸업한 젊고 유능한 목회자들을 청빙하려는 미국교회는 많지만, 정작 그곳에 가려는 목회자를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교회가 교인 수 150명 미만, 많게는 50명 안팎의 작은 교회라는 현실의 벽 때문이다.
마르 목사에 따르면, 젊은 목회자들은 대부분 1,000명 이상 모이는 대형교회에서 부목사로 사역 경험을 쌓기를 원한다. 그들은 작은 교회에서 실제 가정을 돌보며 설교하는 기회를 얻기보다, 차라리 커피숍에서 일하며 미래에 사역할 대형교회에 자원봉사자로 남는 길을 택하기도 한다. 이는 ‘오늘의 신앙 공동체’ 조사가 보여주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 미국 교회의 10곳 중 7곳은 출석 인원이 100명 미만이며, 평균 출석 인원은 65명에 불과하다.
아이러니한 점은, 대부분의 교회는 작지만 대부분의 성도들은 큰 교회에 다닌다는 사실이다. 전체 교회의 9%에 불과한 대형교회들이 미국 전체 교인의 절반 가까이를 품고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 비치는 화려한 대형교회의 이미지는 작은 교회 성도와 목회자에게 ‘우리는 실패한 것은 아닌가’라는 무력감을 안겨주며, 이는 새로운 목회자를 찾는 일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다음 세대 목회자 없다'…한인 이민교회의 현실
이러한 미국의 현실은 뉴욕과 뉴저지를 중심으로 한 미주 한인 이민교회 생태계에 더욱 아픈 상처로 다가온다. 단순한 공감대를 넘어, 이민교회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1세대 이민교회들이 개척 목사의 은퇴 시기와 맞물려 다음 세대 리더십을 찾아 헤매고 있지만, 그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한인 이민교회의 위기는 여러 겹의 복잡성을 띤다. 우선, 1세대가 피와 땀으로 일군 교회를 이어받을 1.5세나 2세 목회자들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 미국 신학교에서 동시대의 목회 트렌드와 대형교회 모델을 학습한 이 젊은 사역자들에게, 언어와 문화가 다른 1세대 성도들을 이끌고 낡은 재정 및 행정 구조를 감당하는 것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온다. 그들 역시 마르 목사가 언급한 젊은 목회자들처럼, 안정적인 시스템을 갖춘 대형교회의 영어목회(EM)나 부서 사역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짙다.
이는 ‘영어 목회는 거쳐 가는 과정’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많은 2세 목회자들이 소규모 이민교회의 영어 목회를 담임목회로 나아가기 위한 경력의 한 단계로 여기는 경우가 많다. 1세대 성도들은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며 헌신하지만, 정작 청빙된 2세 목회자는 몇 년 안에 더 나은 조건의 사역지로 떠나버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기도 한다. 결국 한어 회중(KM)과 영어 회중(EM) 사이의 간극은 좁혀지지 않고, 교회는 구심점을 잃은 채 표류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한인 이민교회들은 ‘샌드위치’ 신세에 놓인다. 1세대는 자신들의 신앙 유산을 이어갈 후임자가 없어 애태우고, 2세대는 자신들이 온전히 뿌리내릴 만한 건강한 토양을 찾지 못해 방황한다. 마르 목사가 지적한 ‘작은 교회의 위기’가 한인 이민교회에서는 세대 단절과 정체성 혼란이라는 문제와 얽혀 더욱 고통스럽게 나타나는 것이다.
목회의 본질을 다시 생각할 때
이 거대한 위기 앞에서, 우리는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물어야 한다. 라이프웨이 리서치의 연구는 작은 교회 목회자들이 교회의 소멸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교회의 성공이 건물의 크기나 성도의 숫자로 결정되는가?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주신 사명은 “내 양을 먹이라”는 것이었다. 거대한 조직의 관리자가 아닌,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는 신실한 목자를 부르신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작은 교회는 실패의 상징이 아니라, 오히려 기회의 장이 될 수 있다.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며 삶 깊숙이 들어가 함께 울고 웃는 친밀한 교제가 가능한 곳이라는 것. 특히 한인 이민교회의 경우, 작은 공동체는 세대 간의 아픔을 보듬고 신앙의 유산을 진정으로 전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될 수 있다.
결국 지금은 신학교와 교단, 그리고 한인교회를 포함한 모든 개체 교회가 ‘성공’에 대한 세속적 기준을 내려놓아야 할 때다. 마르 목사의 일침처럼, 하나님은 우리를 군중을 끌어모으는 스타로 부르신 것이 아니라, 그의 양들을 성실히 먹이는 목자로 부르셨다. 이 부르심의 본질로 돌아갈 때, 우리는 비로소 세대와 문화를 넘어 교회의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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