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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목사 “인종차별과 목사님들의 차별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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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ㆍ 2021-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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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대한 혐오 범죄가 심각하다. 물론 나라에서도 강력하게 대처하고는 있지만 상당히 조심해야 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지금까지 미국에 살면서 인종차별이라는 말이 나하고는 거리가 먼 이야기로만 들렸던 인종차별에 대한 생각이 요즘은 많이 달라졌다.  

 

저녁을 먹고 조금씩 어두워지는 공원을 아내와 산책을 하다 반대편에서 오는 건장한 흑인 남성을 보는 순간 경계 대상으로 보이면서 몸을 사리게 된다. 혹시라도 지나가다가 얼굴이라도 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요즘은 아내 혼자 공원을 산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인종차별이 흑인과 백인, 아시아인들과 서양인들, 잘사는 사람들과 못 사는 사람들에 대한 편견된 인식이야 모두가 다 아는 고질적인 우리 사회의 문제라지만 하나님의 종이라고 하는 목사님들끼리의 차별의식은 보이지도 않고 또 인식도 못하는 아주 교묘한 썩은 뿌리가 아닌가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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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서 장로교 군소교단 신학을 공부했다. 연구원 과정까지 꼬박 6년을 정코스로 공부하고 논문과정 그리고 전도사와 강도사를 거쳐 목사가 되기까지 10년이란 시간을 헌신했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는데 언젠가 모 교회 사모님이 나를 향해 교단이 어디냐고 물었던 적이 있었다. 나는 자신 있게 내 소속 교단을 이야기하고 어디 학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런데 그 뒷말이 영 마음에 거슬린다. “그 학교 출신 교단 소속 교회가 여기 뉴욕에 큰 교회가 있나요?” 왜 큰 교회가 있느냐고 물었을까?

 

내가 다녔던 학교 출신 목사님들이 뉴욕에 많이 있다. 그런데 그분들이 학부를 졸업하고 거의 큰 교단 신학교에 가서 공부를 했고 한국에 대표되는 교단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그 큰 교단 소속 목사라고만 하지 내가 다녔던 군소교단 학교 출신이라는 사실은 거의가 숨기고 있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나는 목사님들이 자기가 다녔던 대형교단의 학교 출신이라는 자부심이 참 크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인지 군소교단 출신 목사를 좀 낮게 보는 경향도 있다는 것도 알았다. 더욱이 미국에서 한인들이 운영하는 무인가 신학교 출신 목사님들을 아주 우습게 여기는 것도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런 무인가 신학교 출신 목사님들 스스로도 자기 교단이나 학교에 대한 자존감이 아주 낮다는 것도 알았다. 문제는 그런 차별의식이 군소교단을 나온 나에게도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오래전 나와 같은 학교를 나온 동창생을 만난 적이 있었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와 또 비슷한 목회 연륜을 가진 목사님과 대화를 하면서 느껴지는 사실이 있다. 그 목사님은 대형교회에서 목회를 하시고 또 교단 총회장까지 지냈다. 그래서일까 나 같은 작은 교회 목사하고는 수준이 다른 차원에서 일을 한다. 그래서 그런지 같이 만나도 그분은 교계 어른이고 나는 아직 수준이 안 되는 햇병아리 목사로 주위 목사님들이 대 한다. 무엇이 이런 차별의식을 만들었을까? 큰 일을 하는 목사, 작은 일을 하는 목사, 큰 교회 목사, 작은 교회 목사 - 이런 보이지 않는 차별의식이 목사님들 사이에 깔려 있다는 사실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나의 장인어른은 한국에 대형교회 30년지기 집사였다. 그분의 충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교회 뒷일은 거의 그분의 몫이었다. 교회 일이라면 가장 먼저 뛰어가 봉사하는 그런 일꾼으로 30년을 봉사했다. 그런데 이제 교회에 나온지 겨우 5-10년 된 집사님들, 이분들은 이름만 대도 사회에서 알아주는 꽤나 높은 자리에 계신 분들인데 거의 이분들이 장로 피택이 된다. 그래서 우리 장인어른은 만년집사였다. 성도들끼리도 차별의식이 있다는 뜻이다.

 

그럼 목회를 하는 목사님들은 어떤가? 교회에 재정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분이 등록을 하면 그분에게 대하는 담임목사님의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을 공감할 것이다. 그분을 교회 중직에 앉히려고 장로 피택을 서둘러 하는 이유가 다 보이지 않는 차별의식이 목사들에게도 깔려 있는 것 아닌가 본다.

 

교계 행사라도 하면 거의 이름 있고 그래도 큰 교회 목사, 영향력 있는 목사, 교계 회장이라도 했던 목사를 앞에 세우지 우리같이 이름도 빛도 없는 목사는 그런 자리 위에 오르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 그만큼 목사님들의 차별의식이 거의 세상적이라는 사실이다.

 

이런 세상적 차별의식이 표출되지 않는 이유는 그러려니 하고 참고 넘어가는 신실한 분들이 대다수이기 때문이지, 만일 누군가 이런 차별에 분노를 표출한다면 그것이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누가 부인하겠는가?

 

이렇게 스스로 차별의식을 가지고 목회를 하면서도 자신들의 행동은 보지 못하고 인종차별 혹은 혐오범죄라고 성토를 하고, 그런 죄악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물론 이런 인종차별은 마땅히 성토해야 하고 엄중한 법으로 다스려야 한다. 그러나 그런 차별의식에 혐오 범죄가 목사님들 속에도 깔려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할 뿐 아니라 지금의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를 잘못된 목사님의 행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 회개의 운동이 교계에서 먼저 일어나야 올바른 해결책의 시작이 아니겠냐는 질문을 해 보고 싶다.

 

교회 말석에 앉은 허물진 성도와 어깨동무를 하고 앉아 있는 그런 목사님들이 많이 보였으면 한다.

 

요한이 세례 받으러 나온 무리에게 이르되 독사의 자식들아 누가 너희를 가르쳐 장차 올 진노를 피하라 하더냐.. 이미 도끼가 나무뿌리에 놓였으니 좋은 열매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지우리라(눅3:7,9)

 

한준희 목사(뉴욕성원장로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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