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환희가 교차한 11월의 마지막 주일

뉴욕장로교회가 '예수'를 다시 물었다

떠나는 김학진, 돌아온 오세준, 그리고 별이 된 박현철

[기사요약] 뉴욕장로교회가 11월 30일 임직 감사예배를 드렸다. 김학진 목사의 이임과 오세준 목사의 청빙 결정, 박현철 원로장로의 소천이 겹친 역사적인 날이었다. 설교자 이용걸 목사는 "도살장의 소처럼 떨며 독을 품지 말고, 예수처럼 침묵하라"고 강조했다. 10명의 임직자는 '작은 예수'로 살 것을 서약했다.

▲ 기쁨의 임직식 날, 새벽에 전해진 원로장로의 비보와 담임목사의 이임이 겹치며 예배당엔 비장한 결기가 감돌았다.

11월 30일 주일, 뉴욕장로교회의 공기는 무거우면서도 뜨거웠다. 단순히 10명의 새로운 직분자를 세우는 날이 아니었다. 새벽에는 교회의 역사이며 기둥이었던 박현철 원로장로가 소천을 받았고, 낮에는 공동의회를 통해 김학진 목사의 후임으로 오세준 목사가 결정됐다.

떠남과 옴, 그리고 죽음과 생명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김학진 목사는 마지막 주일을 한 주 앞두고 임직식을 집례했다. 그의 손길은 그 어느 때보다 정성을 다해 신중했고, 예배당에는 팽팽한 영적 긴장감이 흘렀다.

뉴욕장로교회(담임 김학진 목사)는 이날 오후 5시 롱아일랜드 시티 본당에서 임직 감사예배를 드렸다. 장로 2명, 안수집사 4명, 시무권사 4명 등 총 10명의 임직자는 "예수를 본받아 살겠다"며 제단 앞에 무릎을 꿇었다.

예배는 두나미스 찬양팀의 경배로 시작되어 성호영 목사(하나님이기뻐하시는교회)의 대표 기도로 이어졌다. 성 목사는 "지난날의 불순종과 패역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지켜주신 은혜"를 언급하며, 임직자들이 "세상의 이기심이 아닌 십자가의 보혈로 정결케 되어 교회의 회복과 부흥의 불씨가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다.

"독 품은 소가 되지 마라" 이용걸 목사의 직설

강단에 선 이용걸 목사(영생장로교회 원로)는 '예수님을 본받읍시다'라는 설교를 통해 임직자들의 폐부를 찔렀다.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일화를 들었다. "소가 죽을 때 부들부들 떨면 그 독이 온몸에 퍼져 고기를 먹을 수 없게 된다. 교회에서 화를 내고 부들부들 떠는 것은 스스로 독을 퍼뜨리는 행위다."

이 목사는 채석장에서 돌을 다듬어 성전에서는 소리 없이 맞췄던 솔로몬의 성전을 예로 들며, 교회 내에서의 '침묵'을 강조했다. 그는 "억울해도, 할 말이 있어도 예수님처럼 침묵하라. 교회엔 말꾼이 아닌, 묵묵히 일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는 "예수는 상한 갈대도 꺾지 않으셨다"며 사랑과 포기의 부재를 역설했다. "교회 일 하다 기분 나쁘다고 사표 던지는 것은 성직을 모독하는 일이다. 직분은 사람이 아닌 하나님이 주신 것"이라며 끝까지 자리를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 목사는 사할린 강제징용 현장에서 자신의 배급을 아픈 동료에게 나누어주던 한 노인의 이야기를 꺼내며, "며느리가 시아버지를 '작은 예수'라고 불렀던 것처럼, 여러분도 삶의 현장에서 작은 예수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람을 따르지 말고 예수를 따르라"는 노(老) 목회자의 호소는 청중석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엄숙한 서약, 그리고 "5시에 온 일꾼들"

설교 후 이어진 임직식은 군더더기 없이 엄숙했다. 김학진 목사와 안수위원들은 임직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고 간절히 기도했다. 김종구, 최항석 씨가 장로로, 전해욱, 김선태, 전정호, 이승우 씨가 안수집사로, 백미화, 김정연, 박영진, 김도희 씨가 시무권사로 세워졌다. 떠나는 김학진 목사는 임직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눈을 맞추며 성직의 무게를 전달했고, 임직자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서약에 임했다.

축사에 나선 마크최 목사(뉴저지 온누리교회)는 임직자들을 '오후 5시에 포도원에 부름받은 일꾼'에 비유했다. 그는 "여러분은 아침 일찍 온 자들이 아니라, 마감 직전에 은혜로 선택받은 자들"이라며 겸손을 주문했다. 그는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사과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교회 일꾼의 길은 그만큼 고되기 때문"이라며, "아버지의 눈물이 고인 곳에 나의 눈물이 있길 원한다는 찬양의 가사처럼 하나님의 마음을 품고 끝까지 충성하라"고 말했다.

시들지 않는 면류관을 향한 경주

권면을 맡은 류인현 목사(뉴프론티어교회)는 베드로전서 5장을 인용하며 '보상'의 차원을 달리했다. 그는 "세상의 월계관은 집에 가져가면 시들지만, 목자장이신 예수께서 주시는 영광의 관은 시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류 목사는 "직분자로서 겪을 수고와 헌신의 궁극적 보상은 사람이 아닌 예수 그리스도 그분 자체"라며, 마지막 날 주님 앞에서 "행복했습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임직자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답사에 나선 김종구 신임 장로는 "큰일과 작은 일의 차이는 사람에게나 있지 하나님 앞에는 없다"는 묵상 내용을 인용하며 울림을 주었다. 그는 "우리는 작은 일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지만, 하나님과 의논하며 작은 일까지도 성실히 감당하는 종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예배는 이재환, 최종원 집사의 축복송 '물 위를 걷는 자'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김학진 목사의 축도로 마무리됐다. 뉴욕장로교회의 11월 30일은 그렇게 한 시대를 매듭짓고 새로운 시대를 여는 '거룩한 떨림'으로 기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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