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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경 교수 “신앙과 풍류, 고 박형규 선배님을 추모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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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계ㆍ2016-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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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민주화 운동에 힘썼던 박형규 원로목사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8월 18일 노환으로 향년 93세의 나이로 소천했다. 뉴욕에서도 추모예배가 열렸다. 뉴욕한신동문회 주최로 고 박형규 목사 추모예배가 8월 21일 주일 오후 5시 후러싱제일교회에서 열렸다. 추모예배는 인도 조원태 목사(뉴욕한신동문회 회장), 대표기도 김영호 목사, 설교 서재일 목사(증경 기장 총회장), 약력소개 박세현 동문, 추모사 정현경 교수(유니온신학교)와 김정호 목사(후러싱제일교회), 축도 양희철 목사의 순서로 진행됐다.

서재일 목사는 소수의 인원이 모였지만 마치 1백만 명의 청중이 모인듯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다 가시고 우리가 남았는데 남아있는 우리가 온갖 욕을 들어도 예수 복음 강조하고, 예수 십자가 강조하고, 예수 부활 강조하고, 예수 다시 오심을 강조하자”면서 “절망적인 오늘날 우리도 십자가를 지고 따라가자”라고 외쳤다.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라는 제목의 설교였다.

유니온신학교 정현경 교수가 학교 선배를 위해 추모사를 했다. 박 목사는 1963년 유니온신학교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정현경 교수는 “박형규 목사님을 생각하면 신앙과 풍류 두 가지가 생각난다”면서 거리의 투사가 아니라 박 목사의 인간적인 면을 다루었다. 다음은 그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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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신학교 정현경 교수는 WCC 제7차 총회에서 '초혼제'를 지내 WCC의 문제점이 지적되면 항상 등장하는 인물이다.

저는 유니온신학대학원에서 조직신학과 에큐메니칼을 가르치는 정현경 교수이다. 박형규 목사는 제가 한국기독학생회총연맹(KSCF) 단원으로 일할 때 저를 가르쳐 주신 분이고, 그 후에 에큐메니칼 운동을 통해 멘토로 그리고 인생의 스승으로 모시던 분이셨다. 유니온신학대학원 졸업생 대표로 목사님의 삶을 축하하러 왔다.

저는 박형규 목사님을 생각하면 신앙과 풍류 두 가지가 생각난다. 목사님이 저에게 가르쳐 주신 신앙의 모습이 있다. 한국기독학생회충연맹(KSCF)에 있을 때 목사님이 가장 좋아했던 노래가 “우리들은 정의파다 훌라훌라. 같이 죽고 같이 산다 훌라훌라. 무릎을 꿇고 사느니보다 서서 죽기를 원한다. 우리들은 정의파다. 우리들은 정의파다”라는 노래이다. 세월이 많이 지나 여성 신학과 여성 영성을 공부하다 보니 이제는 무릎만 꿇는 것이 아니라 자빠지고 넘어져 기어가면서도 오래 사는 것이 너무 중요하겠다, 늙어 길게 살면서 살림의 영성을 만들어가는 것이 참 중요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박형규 목사님, 우리가 사랑하는 큰 별이 졌다. 한국 사회와 한국 기독교의 큰 스승이며 참 어른이며 예언자셨던 사랑하던 박 목사님이 우리 곁을 떠나셨다. 제가 유니온신학교 학생들을 영적인 지도를 하면서 ‘어른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그리고 ‘정말 통합된 인간이 된다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정말 통합된 어른이 되는 것은 3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나는 내 자신에게 정말 진실하였는가 하는 신앙의 질문이다. 내가 하나님 앞에서 그리고 나의 가장 진실한 자신 앞에서 진실하게 살았는가 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그 진실성을 가지고 나는 정말 그 진실을 가지고 표현을 하였는가 하는 것이다. 과연 개인적인 삶에서 사회적인 삶에서 신앙적인 삶에서 그것을 표현하고 나타내었는가. 세 번째는 내가 책임을 졌는가 하는 것이다. 내가 한 모든 말과 행동에 대한 책임을 졌는가. 이 세 가지가 통합된 인간, 어른을 만드는 요소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박형규 목사님을 기억하면 바로 이 3가지를 그대로 하셨다. 사회를 보면서 예수의 모습을 발견하고 가장 깊은 신앙의 울림과 떨림이 있었다. 그래서 개인적인 구원만 아니라 세상이 전부 구원받는 그런 삶을 살고 싶어 하셨다. 그것에 일생동안 진실했으며 그리고 그것을 어디서든지 현장에서 표현하셨다. 그것이 민주화였고 인권이었고 복지였고 평화였다. 그리고 그런 행동을 했기에 목사님이 투옥도 되시고 매도 많이 맞으셨고 고문도 당하셨다. 그래도 목사님을 기억할때 제가 느끼는 것은 그런 모습이 아니다.

박 목사님과 3번 춤을 출 기회가 있었다. 어렸을때 무용을 해서 춤을 추어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금방 알게 된다. 박형규 목사님과 3번 브루스를 추었는데 얼마나 여성을 존중하시는지 얼마나 여성을 사랑하는지... 박 목사님은 몸 전체에 풍류와 자기 삶의 리듬이 살아있는 사람이었다. 얼마나 멋을 아는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저는 목사님에게서 신학적으로 배운 것 보다 춤을 추면서 배운 것이 훨씬 더 많았다. 아무리 늙어도 목사님은 세포 하나하나가 자신을 가장 진정한 리듬이 살아있는 분이었다. 정말 아름다운 남자라고 생각했다. 저는 박형규 목사님을 생각하면 체게바라를 생각하게 된다. 이유는 세상에 참 많은 혁명가가 있지만 체게바라는 기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시인이었다. 그리고 박형규 목사님은 춤꾼이었다.

박형규 목사님을 생각하면 이런 말들이 더 오른다. 어른, 스승, 등대, 횃불, 씨 뿌리는 자... 저는 유니온신대원 선배인 박 목사님이 본회퍼만큼 아니 그보다 더 대단한 신학자라고 생각한다. 이유가 있다. 학생들이 교수들을 비판하면서 하는 말이 있다. 왜 교수님은 가르치는대로 그리고 설교하는대로 살지 않는가 라고 비판한다. 박 목사님은 바로 그것을 보여주신 것 같다. 본회퍼 그랬듯이 정말 신앙을 살아낸 분이다. 우리는 하나님의 형상이기에 민주주의가 가능하고 우리는 죄인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새로운 존재이기에 정말 하나님의 말도 못하는 사랑에 근거해서 그 사랑으로 이미 다 치유되고 받아들여진 자로 살아야 한다고 했다. 저는 박형규 목사에게서 그렇게 육화된 신학을 보았다.

자랑스러운 선배님, 따라가고 싶은 스승, 내가 기독교인이라는 것이 부끄럽지 않고 고맙게 느껴지게 한 목사, 신학자, 예언자, 사회운동가인 박형규 목사님 사랑합니다. 존경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목사님의 횃불을 절대로 꺼트리지 않겠습니다. 목사님이 심은 씨앗 저희가 푸르게 잘 키우겠습니다. 사랑하는 목사님 편안하게 가십시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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