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교회에서 목회한다고 주눅 들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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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회ㆍ 2019-04-01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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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적으로 볼 때, 가장 작은 교회란 두 사람으로 이루어진 교회이다. 마태복음 18장 20절에서 예수님이 언급하신 모임과 같은 교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나는 한 사람을 두고 목회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고 여겼다. 왜냐하면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250명과 1,000명이 출석하는) 큰 교회 사역을 맡은 경험이 있어서인지, 강단에 한 사람의 설교자만 있고 예배당 의자에 한 사람의 성도만 앉아 있는 장면은 상상조차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전에, 그런 상황이 벌어졌다. 어느 주일 아침이었는데, 나이가 지긋한 여자 성도 한 분만 참석한 것이다. 당연히 그날을 위해 꼼꼼히 작성한 설교 원고를 내려다볼 때마다 낭패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내가 시무하는 이곳 런던의 작은 교회는 조금씩 성장해 왔다. 하나님의 은혜로, 현재는 스물한 명의 교인이 등록한 상태이고 주일 예배에는 서른다섯 명 정도가 출석하고 있다. 비율로만 따지면, 교회가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목회 사역을 겨우 연명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내가 예배를 인도하고 아내가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동안 다섯 살 난 첫째 아들이 주보를 접어서 동생과 칼싸움을 하며 소리를 지른다든가, 성찬식에 쓸 빵이 떨어져서 재빨리 동네에 있는 마트로 뛰어간다든가, 우리 교회에 아직 충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이유로 일부 교인들이 떠난다든가 할 때가 그렇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일어나게 되면, 나는 거의 순교할 지경에 이른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나는 아직 이 교회에서 죽지 않고 살아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이제부터 소개할 세 가지 사실이 나를 붙들어 주기 때문이라고 말해야겠다.
1. 시대가 달라졌다
어쩌면 순수하기도 하고 어쩌면 불순하기도 한 마음일 텐데, 나는 스펄전이나 웨슬리가 되는 꿈을 자주 꾸었다. 최근에는 로이드존스가 목회했던 웨스트민스터 채플 주변을 걸으면서, 그 예배당을 가득 채운 청중에게 설교하는 모습을 상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저들이 활동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음을 곧 깨닫게 된다. 현재 영국의 신앙 상태는 어두울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어두워지고 있다. 현재는 봄날에 개화하듯 한창 피어나는 전투적인 무신론 사상이 몰려오면서 이 나라의 기독교는 혹한기와 더불어 접어들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예수님은 실체가 없는 멘토이거나 역사에 잠시 등장했다가 사라진 신기루와 같이 여겨지곤 한다. 3년 전, 영국의 주간지 ‘스펙테이터’(The Spectator)의 한 헤드라인은 이런 제목이었다. “2067년에 영국 기독교는 종식된다.”
물론 모든 일을 알고 있다는 듯 그렇게 앞날에 대해 말하는 일은 주의해야 한다. 정말 영국에서 기독교가 사라질까? 나는 그렇게 믿지 않는다. 하지만 이러한 시대에 목회를 하면서 교회 성장에 관한 현실적인 감각을 갖추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른 나라의 상황이 영국과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현재 서구 사회의 영적 기상도는 매우 건조한 상태를 보이고 있음이 사실이다. 다시 말해, 교회가 시들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나 역시도 교회가 커지는 일을 갈망하며 이미 지나간 영적 추수기를 다시금 꿈꿔 보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에, 신앙이 야위어 가는 시대에 사역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왜냐하면 그 사실은, 작은 교회를 통해 무엇을 기대해야 하는지를 분명히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2. 꾸준한 말씀 사역은 반드시 결실한다
얼마 전부터 신앙이 없는 두 사람을 만나서 마가복음을 공부하게 되었다. 나는 그들이 복음서를 이해하는 수준이 깊어지는 모습을 보며 큰 격려를 받곤 했다. 그래서 마지막 모임에는 그들을 안아주며 칭찬하고 싶은 마음도 갖게 되었다. 그러나 첫 모임을 가질 때는 정신을 차리도록 그 두 사람을 흔들어 놓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답답했다. 혼자서 이렇게 말했던 적도 있으니 말이다. ‘교회에 18개월 동안 출석하고, 50번도 넘는 설교를 듣고, 수백 번씩이나 찬송을 부르고도 어떻게 이 내용을 모를 수가 있지?’
아마도 모든 목회자가 이런 경험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분이 정하신 때가 되어야 열매를 맺는 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라면, 은유적으로 말해 자신이 물을 주어야 할 사람들이 훨씬 적기에, 언제 열매가 나타날지를 참지 못하고 더 과민하게 살펴볼 수 있다. 나는 이런 차원에서 하나님의 말씀이 언제나 운동력을 가지고서(히 4:12) 헛되이 돌아오는 법 없이(사 55:11) 늘 역사하고 있다는 사실을 규칙적으로 묵상하는 일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었다.
만일 목회자가 기도하면서 꾸준히 물을 준다면, 열매를 거둘 날이 반드시 오게 될 것이다. 작은 교회를 목양하다 보면, 열매가 겨우 드문드문 나타나기 때문에 인내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열매는 결국 맺힌다. 영국 성공회의 순교자였던 휴 레티머(Hugh Latimer)는 이렇게 말했다. “빗방울은 한 번 세게 떨어지지 않고 자주 떨어져서 바위에 구멍을 낸다.”
3. 마지막 날에 회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작은 교회를 섬기는 목회자의 숨통을 서서히 조여 올 수 있는 또 다른 문제는 자신이 무가치하다는 느낌을 떨쳐내지 못하는 것이다. 나의 경우도 런던의 부유한 지역에서 사역하며 그 무가치함을 깊이 느끼곤 했다. 분명 이 세상은 (크게 이루었으면 성공했고, 그렇지 못하면 실패했다고 하며) 크기와 결과를 동일시한다.
크리스천은 무의식적으로 이런 관점을 그들의 목회 현장에 투영할 수 있다. 작은 교회의 목회자가 연예인과 같은 유명한 목사가 된다든가 대중 강연을 하는 일에 유혹을 받는 일은 거의 없겠지만, 그들 중 많은 이들은 은밀하게도 교회 앞에 ‘대형’이라는 수식어가 달리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어떤 의미에서는 교회가 크기를 바라야 한다. 즉 신앙과 수효 면에서 계속 성장하는 교회를 바라는 일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성경 어디에도 작은 교회가 큰 교회보다 더 바람직하다는 언급은 없다.
그러나 성경은 크기와 심판의 개념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가르친다.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는 많이 요구할 것이요 많이 맡은 자에게는 많이 달라 할 것이니라”(눅 12:48). 히브리서 13장 17절에 따르면, 교회의 지도자는 마지막 날에 자신이 돌본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지게 된다. 목자장이신 주님이 우리가 목양한 양들에 대해 우리를 심판하신다는 메시지이다.
이와 같은 미래를 묵상하다 보면, (비록 내가 현재 목양하는 교회보다 더 작은 교회를 바라게 되지는 않더라도) 교회 크기에 대한 세속적인 욕망이 내 안에 자리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다. 19세기에 스코틀랜드에서 목회했던 존 브라운(John Brown)도 이 생각에 동의했을 것이다. 그가 이제 막 목사 안수를 받고 작은 교회에서 사역하며 주눅이 든 어느 젊은 목사에게 썼던 글을 한번 읽어 보라.
“나도 자네 마음에 있는 그 허영을 알고 있다네. 아마 주변에서 목회하는 동료들과 달리 너무 작은 회중을 돌보고 있어 낙담해 있을지도 모르겠군. 그러나 누군가가 했던 말을 꼭 기억하기 바라네. 마지막 날에 그리스도의 심판대 앞에서 그들에 대해 책임져야 할 때가 오면, 자신에게 맡겨진 성도가 충분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리라고 말일세.”
그래서인지, 나는 작은 교회에서 목회하며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다. 아니 어쩌면, 이 교회가 나를 성장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출처: www.9marks.org
원제: How My Small Church Hasn’t Burnt Me Out by Jonathan Worsley
번역: 장성우
2005년 미국에서 시작되어 팀 켈러 목사와 존 파이퍼 목사 등이 이끄는 TGC(The Gospel Coalition; 복음연합)의 한국어 사이트(tgckorea.org)가 2018년 11월 오픈되어 성경적이고 복음적인 주제의 글과 동영상이 매일 새롭게 업로드 되고 있다. TGC코리아는 TGC는 물론 개혁주의 신앙을 전달하는 또 다른 인기 사이트인 Desiring God(존 파이퍼), Ligonier(R.C. 스프로울), 9 Marks(마크 데버), Unlimited Grace(브라이언 채플)의 수준 높은 자료들을 공식적으로 허락받아 한국에 소개하고 있다.
ⓒ TGC코리아(https://tgckore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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