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칠면조는 갔다" 2025 추수감사절, 미국 교회가 선택한 '4달러의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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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9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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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요약] 2025년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가성비'와 '본질'로 요약된다. 치솟는 물가 속에 4달러 초저가 만찬이 유행했지만, 성도들은 아낀 비용을 이민자와 빈곤층 지원에 쏟았다. 가톨릭 주교단의 이민자 보호 성명과 침례교단의 지역 섬기는 움직임이 맞물리며, 교회는 정치적 갈등 대신 '식탁의 연대'를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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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칠면조는 갔다" 2025 추수감사절, 미국 교회가 선택한 '4달러의 기적'(AI사진)
2025년 11월 27일, 미국의 추수감사절은 그 어느 때보다 차분했지만, 내면은 뜨거웠다. 해마다 뉴욕 34번가를 수놓던 메이시스 퍼레이드의 화려한 풍선들은 여전했지만, 그 아래를 걷는 미국인들의 정서는 사뭇 달라졌다. "올해는 보여주기 위한 풍요(Abundance)가 아니라, 생존을 위한 감사(Gratitude)가 필요하다." 시카고의 한 중형 교회 목회자가 주일 설교에서 던진 이 문장은 2025년 미국 교계의 흐름을 관통하는 하나의 상징이 되었다.
주요 외신과 교계 데이터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 수년간 급락하던 미국 기독교 인구 감소세가 올해 들어 '멈춤(Levelling off)' 신호를 보였다. 퓨리서치센터 등의 분석은 기독교 인구가 62% 선에서 안정을 찾았음을 시사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안정'이 대형 집회의 부활이 아닌, 소그룹과 가정 중심의 '마이크로 처치(Micro-Church)' 운동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4달러 디너의 역설: 가난해진 식탁, 풍성해진 나눔
올해 추수감사절 식탁의 경제학은 '초저가'였다. 월마트와 알디(Aldi) 등 대형 유통업체들은 앞다퉈 '1인당 4달러' 수준의 추수감사절 디너 패키지를 내놓았다. 2년 전보다 식재료 가격이 5%가량 하락했다는 통계가 무색하게,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회는 이 '4달러의 결핍'을 '나눔의 기회'로 역전시켰다. 댈러스와 애틀랜타의 남침례교단(SBC) 소속 교회들은 절약한 행사 비용을 모아 지역 푸드뱅크 지원에 집중했다. 교인들은 교회 식당에서 칠면조를 썰기보다, '서빙 어빙(Serving Irving)'과 같은 지역 밀착형 봉사 프로그램에 참여해 이웃의 썰렁한 식탁을 채웠다. "우리의 지갑은 얇아졌지만, 덕분에 우리의 손길은 더 예민해졌다"는 한 성도의 고백은 불황이 가져다준 영적 유익을 대변한다.
이민자 이슈 한복판에 선 교회: 갈등을 넘어 포용으로
올해 추수감사절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이민자 문제'였다. 미 가톨릭 주교회의(USCCB)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발표한 특별 성명에서 "무차별적인 대량 추방(Mass Deportation)"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인간 존엄성을 지키는 이민 정책을 촉구했다. 이는 정치적 찬반을 넘어, '나그네를 대접하라'는 성경적 가치를 사회적 이슈 한복판에 던진 묵직한 메시지였다.
실제로 국경 인접 지역의 교회들은 추수감사절 당일, 난민 신청자들과 함께하는 '국경 없는 식탁'을 열었다. 뉴욕과 캘리포니아의 연합감리교회(UMC)들 또한 '감사의 수확(Harvest of Gratitude)' 캠페인을 통해 법적 지위가 불안정한 이웃들에게 쉘터를 제공했다. 정치가 국경을 높일 때, 교회는 식탁의 다리를 늘리는 방식으로 응답한 셈이다.
10년의 약속: '문자 실수'가 만든 기적
거창한 담론 뒤에는 소소하지만 강력한 '개인의 서사'가 있었다. 2016년, 손자에게 보낼 문자를 잘못 보내 낯선 10대 소년을 식사에 초대한 완다 덴치(Wanda Dench) 할머니와 자말 힌튼(Jamal Hinton)의 사연이 올해로 10주년을 맞았다. '남'이었던 백인 할머니와 흑인 청년이 10년째 이어온 이 식탁은, 세대와 인종으로 찢겨진 미국 사회에 "가족은 혈연이 아니라 관계"라는 사실을 웅변했다.
올해 그들의 식탁은 기업들의 후원으로 더욱 풍성해졌지만, 그들은 그 후원금마저 자선단체에 기부하며 이야기의 품격을 높였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 언론들은 이들의 10번째 만남을 비중 있게 다루며, 분열의 시대에 필요한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실수마저 품어내는 열린 마음'임을 상기시켰다.
회복의 신호탄: 청년들이 돌아온다
가장 고무적인 뉴스는 '밀레니얼의 귀환'이다. 2019년 대비 밀레니얼 세대의 교회 출석률이 18% 증가했다는 데이터는, 디지털 피로감에 지친 젊은 세대가 다시금 오프라인 공동체의 따스함을 갈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추수감사절, 미국 교회는 화려함을 잃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빈자리에 '가난한 이웃', '외로운 청년', '갈 곳 없는 이민자'들이 앉았다. 2025년의 감사는 그렇게,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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