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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트랩’과 코로나 바이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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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20-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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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지난 주말 임성재 선수가 마침내 챔피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는 골프선수다. 2년 전 미프로골프(PGA)에 데뷔해서 지난해 신인상까지 받았던 금년 21살의 이 젊은 골퍼는 각종 골프대회 리더보드 상단에 이름을 올리다가도 마지막 날 곤두박질치면서 우승기회를 잡지 못해 팬들이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엎치락 뒤치락을 반복하다가 마지막 날에 더 방방 뛰는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결국 50경기 만에 최초로 우승을 차지했으니 49전 50기의 승리인 셈이다. ‘무관의 신인왕’이란 불명예도 한꺼번에 날려버렸다.

IMF 외환위기 때 박세리의 우승이 국민에게 희망을 선사했듯이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들어 하는 한국인들에게 이번엔 임성재가 위로의 샷을 쏘아 올린 셈이다.

임성재가 첫 승리를 거둔 혼다클래식 경기가 열리는 골프장은 플로리다 팜비치 가든스에 있다. 어렵기로 악명이 높다. 임성재의 이번 최종합계 우승 성적은 6언더파. 코스가 어렵다는 증거다. 그래서 나흘경기 종합 15~20언더파까지 가는 게 보통이지만 이번 경기는 -6가 최고 점수였다. 기라성 같은 골퍼들도 맥을 못 추는 게 이 골프장이다. ‘베어트랩’이란 난코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 골프장의 15·16·17번 홀이 하도 어렵기로 유명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골프장을 설계한 잭 니클라우스는 “1000야드를 보낼 수 있는 골프공을 가져와도 베어 트랩 앞에선 소용없을 것”이라고 겁을 주는 그 무서운 코스.

그런데 임성재는 이 베어트랩에 승부를 걸었다. 그리고 성공으로 그 난코스를 이겨낸 것이다.

버디를 잡아야 공동선두가 되는 경기 마지막 날 긴박하고 초조한 상황에서 파3, 15번 홀 티박스에 올라선 그는 겁내는 기색 없이 침착하게 그러나 자신있게 샷을 날렸다. 좁은 그린 뒤로는 물이고 앞은 벙커가 크게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얼마나 두려웠을까? 그러나 자신있게 쏘아올린 골프공은 워터 해저드와 벙커 중간, 홀컵 근처에 떨어졌고 침착하게 퍼팅을 성공시켜 버디를 추가했다. 승리는 거기서 판가름 났다.

지금 지구촌은 코로나 바이러스란 베어트랩을 만났다. 코로나 때문에 세상의 모든 안테나가 그쪽으로만 향해 있다. 한국 코로나 사태의 중심에 서 있는 신천지 이만희 교주가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요한계시록의 환난에 속한다는 편지를 추종자들에게 보냈다고 한다. 계시록의 환난을 해석하는 여러 신학적 견해가 있겠지만 그러나 이만희 입에서 그런 말이 나왔다면 그건 ‘날구라’다.

그런데 정말 환난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사람들이 우왕좌왕하고 미주지역 일부에서 사재기까지 시작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물, 휴지, 부탄가스, 쌀과 같은 생활필수품을 사들이는 것이다. 그냥 불안한 마음을 참지 못하는 서글픈 모습이다. 환난이 닥치면 나부터 면피하고 보자는 그런 꼬라지를 보면 죽을 때 죽더라도 인간적 존엄과 품격을 지키며 살자고 외치고 싶어진다.

건강한 사람에겐 사실 마스크가 필요 없다고 한다. 질병관리분야 전문가들이 하는 말이다. 그런데 벌벌 떨면서 마스크 사재기가 확산되면 정작 의료진들이 사용할 마스크까지 부족해지고 그럼 결과는 어찌될까? “코로나 바이러스야, 더 기세 등등하게 우리를 지배해 다오!” 바짝 엎드려 바이러스에게 항복하는 꼴이 된다.

나는 ‘정치가 안철수’만 알았지 그분이 의사인줄은 몰랐다. 부인도 의사인가보다. 이들 부부가 한창 총선 선거철을 맞아 한국 정치권은 코로나 비상사태 중에도 합종연횡의 활극을 벌이고 있는 판에 결단성 있게 정치를 내려놓고 경북 대구에 간 것이다. 그리고 확진환자들을 치료하는 봉사활동을 펼쳤다고 한다. 일부에선 ‘생쇼’라고 비아냥 거렸지만 그런 쇼만으로도 이 살벌한 세상은 충분하게 감동에 물든다.

‘의사 안철수’의 모습이 바로 우리의 모습이어야 한다. 재난에 직면하고 있는 이 세상에 그리스도인들이 살아내야 할 모습이 바로 그거다.

지금 카톡은 코로나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확인되지 않은 페이크 뉴스가 번개처럼 세상에 퍼져가고 유탄을 맞은 일부 식당들은 문 닫을 위기를 맞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네 주변이 사람 사는 동네 같지가 않다.

그냥 곱게 좌정하고 있다가 코로나 바이러스에게 당하자는 말이 아니다. 손도 더 열심히 씻고 이상하다 싶으면 자가격리도 하고 필요할 경우 마스크도 써야 한다. 지금 코로나 예방 수칙은 확성기처럼 세상에 퍼져나가고 있다. 그 수칙을 지키되 지레 겁먹을 필요는 없다.

좀 의연해 지자. 이겨 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용기 있게 일상을 지키자. 그게 하잘 것 없는 바이러스를 이겨내는 길이다.

스물 한살 임성재가 두려움 없이 베어트랩이란 난코스를 지나던 그 모습으로 침착하고 용기있게 코로나 바이러스도 통과해 보자. 그렇게 18번 홀을 끝내면 분명 승리의 트로피는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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