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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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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추수감사절이 끝나고 이젠 대강절이 찾아왔다. 추수 감사절 다음날은 블랙 프라이데이, 이날 미국은 “쇼핑에 살고 쇼핑에 죽는 날”이다. 무얼 그리 사들일 것이 많은지 가장 큰 규모의 쇼핑이 이루어지는 날이다. 잘은 모르겠지만 눈감고 아무거나 사고보자는 뜻에서 블랙인가?

사이버 먼데이도 있다. 추수감사절후에 찾아오는 첫 월요일이 그날이다. 온라인으로 가장 싸게 물건을 살수 있다고 정신없이 광고를 해 대는 바람에 그게 무슨 대단한 날인 양 들뜨게 만든다. 모두 장사속이다. 그럼 그 중간에는 없는가? 있다. 추수감사절 직후 첫 토요일을 그냥 놔둘 수 없다하여 시작된 것이 바로 ‘스몰비지니스 새터데이(Small Business Saturday)’.

10년 전에 아메리칸 익스프레스사가 연말연시 쇼핑시즌에서 소외되기 쉬운 로컬 소매점들을 이용해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것인데 해가 지나면서 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블랙 프라이데이에 고객들이 길게 줄을 서고 있는 대형 매장들, 예컨대 베스트바이, 메이시스, 타겟, 월마트, 시어스, 노드스트롬, JC페니는 연중 최대의 대목을 노리기 위해 다양한 판매 전략을 짜서 손님들을 불러들인다. 그럼 그 옆에 있는 ‘하꼬방’만한 소매점들을 연상해 보자. 그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쉽게 상상이 간다.

미국의 전국소매점연합회(NRF)는 ‘숍 스몰(Shop Small)’이란 슬로건을 내걸고 올해 스몰비지니스 새터데이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대형 업소만 찾지 말고 동네 골목길에 있는 작은 소매점도 찾아달라는 캠페인이었다. 작은 소매점이나 식당을 이용하여 커뮤니티 경제를 활성화하고 우리 동네 상인들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캠페인은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더욱 절실한 하소연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집엔 쉬지 않고 날아드는 ‘화살표’가 있다. 함께 사는 딸이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잡다한 상품들이 화살표가 그려진 온라인 최대기업 ‘아마존’ 박스에 담겨 배달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에 들어가면 이 세상에 팔기위해 존재하는 모든 아이템은 거기 다 모여 있는 것 같다.

나도 온라인 거래에 ‘문맹’이 될 수는 없지! 그래서 금년 크리스마스 카드를 온라인으로 주문했다. 콕스베리 출판사의 웹사이트를 열고 예수님과 마리아, 요셉이 등장하는 성탄카드를 기분좋게 주문하고 크레딧 카드로 계산을 끝냈다. 빠르고 간단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막상 도착한 크리스마스카드의 크기가 겨우 손바닥 넓이였다. 이걸 썼다가는 보내고도 욕을 먹을 것 같았다. 난감해 졌다. 주문하기 전에 깨알같이 적혀 있는 카드 크기를 확인했어야 했는데 그냥 중간 크기려니 짐작해서 클릭한 게 실수였다. 그래, 내 나이에 무슨 온라인? 그냥 동네카드 점에 가서 사면 될 것을! 후회가 막심했다.

식당도 그렇다. 미국에 좀 살다보니 어느 때는 파스타가 한식보다 더 땡길 때가 많다. 유명한 스테이크 하우스는 또 얼마나 많은가? 정갈한 일식당에서의 신선한 스시 몇 점, 생각 만해도 군침이 돈다. 요즘엔 타이 푸드, 그릭 레스토랑에 가는 한인들도 많고 값이 좀 비싸긴 하지만 다양한 고기를 무제한으로 먹는 브라질리언 바비큐 하우스도 인기다.

그래도 우리가 한식당을 고집하는 것은 왜일까? 입맛? 물론 그걸 무시할 수 있으랴. 그러나 우리를 고객으로 모시려고 문을 열고 있는 식당이겠거니 생각하고 한식당을 더 많이 이용해 주면 그게 바로 동포애가 아닐까? LA 한인타운에서 열심히 돈을 벌어 부자가 된 사람이 식사는 리틀 도쿄에 가서 하고 쇼핑은 베벌리힐스에 가서 한다고 가정해 보자. 욕먹을 짓 아닌가?

소매상인들의 금년 표어가 ‘숍 스몰’이었단 말을 듣고 보니 문득 교회가 생각났다. 내가 늘 외치고 싶은 말이 바로 숍 스몰에다 교회란 말을 하나 더 붙여 ‘숍 스몰처치’. .

대형교회는 얼마나 편리하고 화려한가? 식사 당번, 주차 정리, 안내 위원. . 사람들이 넘쳐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때 빼고 광내고 나가서 예배보고 유유히 빠져나와도 누가 뒤통수에 대고 욕하는 사람도 없다. 얼마나 자유로운가? 그런데 작은 교회를 가면 한 몸으로 두세 개는 물론이고 모노드라마를 하듯 수십 개의 역할을 감당해야 하니 쉽게 ‘번 아웃’이 될 때도 많다. 그래서 “교회는 큰 교회가 최고야!” 그렇게 중얼대는 이유도 이해는 간다. 그럼 대형백화점에 화려한 옷 차려입고 나가서 쇼핑하고 빠져 나오듯 몸만 한 바퀴 돌아 나오는 게 교회인가?

대형교회는 가지 말라는 말이 결코 아니다. 이사를 가고 이민을 오고 직장을 옮겼을 때 그래서 교회를 ‘쇼핑’할 때 꼭 대형교회만 고집하지 말고 작은 교회도 찾아가는 ‘숍 스몰처치’도 크리스천의 열려진 선택임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골목 작은 커피숍을 피해서 굳이 스타벅스만 찾아가듯 작은 교회라고 피해가지 말자. 오히려 믿음공동체의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의도적으로 작은 교회를 섬기는 일은 아름다운 성도의 성숙한 결단일수도 있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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