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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와 그리스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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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2019-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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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환베니스가 물난리가 났다고 한다. 산마르코 광장과 곤돌라로 유명한 베니스는 본래 ‘물의 도시’라고 부를 만큼 주변이 모두 물이다. 물이 많은 곳에 반백년만의 대홍수까지 겹쳤으니 광장은 물바다가 되고 베니스의 상징인 1200년 역사의 성 마르코 성당까지 물에 잠기자 지난주 광장은 폐쇄되고 모든 학교에 휴교령이 내려졌다. 그 광장의 수많은 비둘기 떼는 어디로 피신했을까?

대부분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의 문화재들이 피해를 입었고 물에 잠긴 교회만도 5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베니스는 점점 가라앉고 있는데다 홍수까지 겹치면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심각한 대기오염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의 수도 뉴델리에선 지난주부터 약 2주간 강제 휴교령이 내려졌다. 대기오염 때문이다. 얼마나 심각하면 골프장에서조차 골퍼들이 입에 마스크를 쓸 정도였다고 한다. 심각한 대기오염으로 2017년에만 인도에서 124만 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되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뉴델리를 그냥 ‘가스실’이라고 부른다.

이런 도시에 등장한 것이 ‘산소카페’라고 한다. 약 5달러 정도를 내면 15분간 신선한 산소를 마실 수 있게 해주는 카페인데 짧은 시간에 고농축 산소를 들이키는 게 건강에는 별로라는 회의적 반응을 얻고 있다고 전해진다.

노년을 서울에서 살겠다고 역이민을 간 사람들의 제1호 고민거리는 미세먼지라고 한다. 노인에게 공짜로 주는 것이 많아서 그런대로 땡기는 맛이 있기는 하지만 미세먼지만 생각하면 당장 짐을 싸서 미국으로 달려오고 싶다는 하소연을 들었다.

모두 기후변화가 초래한 비극적 현실의 단면이다. 우리는 때도 아닌 11월 북극한파가 몰아친 미 동부지역에서 지난주 화씨 0도까지, 섭씨로는 영하 17도까지 내려가는 강추위를 경험했다. 캘리포니아는 산타아나 강풍이 불었다하면 정신없이 번지는 산불 때문에 툭하면 비상사태가 선포되고 있다. 기후변화 때문이다.

그래서 이러단 안되겠다 싶어 2016년 195개국이 서명하여 기후변화에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발효된 것이 ‘파리기후협정’이다. 세계 각국이 공동전선을 펴서 지구의 기온상승을 섭씨 1.5도로 제한하자는 협약이었다. 이 파리협정을 제일먼저 깨고 나온 것이 미국이다. 트럼프가 돈만 벌면 되지 기후변화가 무슨 상관있냐고 내팽개친 것이다. 기후변화 주범으로 몰리고 있는 미국, 인도, 중국 같은 나라 중에서 미국이 박차고 나오자 다른 나라들이 이 협약을 지켜줄 리가 있는가?

그러니까 지난 9월 유엔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스웨덴의 16세 소녀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우리들의 미래를 망치고 있는 어른들이여, 당신들이 어찌 이럴 수 있습니까?”라고 고함을 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았다.

내가 LA에 도착한 1981년 스모그 때문에 ‘천사의 도시’는 늘 안개 낀 도시였다. 캘리포니아 차량국(DMV)에서 보내는 차량갱신 통지서 속에는 지금도 스모그체크를 하라는 말이 함께 붙어 온다. 자동차배기가스가 한도를 초과하면 수리를 해야 차량 리뉴얼이 가능해 진다. 프리우스란 토요타 하이브리드가 나왔을 때 나는 부리나케 그 차를 샀다. 혼자라도 카풀레인을 운전할 수 있는 특권에다 주정부 리베이트도 있었다. 지금은 하이브리드가 아니라 닛산 리프와 같은 전기차가 그런 혜택을 받는다. 이 모든게 대기오염의 주범인 차량배기가스를 줄여보자는 가주 정부의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 결과가 어찌되었는가? 차에서 나오는 오염물질이 70년대보다 1% 미만으로 축소되었고 대기의 질은 80년대보다 2배 이상 좋아진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만하면 성공 아닌가? 그러나 그게 하루아침의 일이 아니었다. 대기오염을 줄여보자는 60여년에 걸친 노력의 보상이었다.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자고 하니 소비자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맥도날드에 가서도 고객이 요구할 때만 주는 것으로 법이 바뀌었다. 그런 불편을 감수해야 기후변화에 맞설 수 있다. 마구 따라주고 보는 식당의 물 컵도 요구할 때만 주게 되어 있다. 그것도 기후변화에 맞서는 길이다.

1970년대 세계 교회들은 이같은 기후변화로 비롯되는 생태학적 위기상황을 신학과 교회의 핵심과제로 삼아야 된다고 선언하고 창조신앙에 근거한 생태신학으로 극복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땅을 정복하고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창세기의 말씀은 자연을 억압하거나 파괴하라는 뜻이 아니라 인류의 행복과 평화를 위해 ‘가꾸고 돌보는 사명’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기후변화하면 그냥 할 일없는 진보주의자들이 들쑤시고 다니는 화제꺼리려니 구경만 하던 우리 기독교인들의 의식도 180도 전환되어야 한다. 자연을 착취하고 소비하는 만큼 우리도 같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금년엔 또 얼마나 맹렬한 북극한파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갈까? 산타아나 강풍이 불었다하면 말리부, 벨에어 같은 부자 동네 가리지 않고 단숨에 삶의 현장을 초토화시키는 캘리포니아 산불로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수해야할까?

불편해도 실천에 옮겨야 한다. 지구에 부담을 덜 주는 청정 라이프, 좀 더 걷고 좀 더 아끼고 좀 더 자연을 가꾸고 돌보는 사명을 깨달아 기후변화에 맞서는 모습이 바로 파리기후협정을 실천하는 길이다. 대통령은 빠져나왔지만 지구를 살려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우리끼리 해도 되는 일이다.

조명환 목사(발행인)
ⓒ 크리스천위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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